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고물가·고금리 여파 및 대외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해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감독 당국이 더욱 중심을 잡겠다'고 밝혔다.
1일 이 총재는 신년사를 통해 "정보기술(IT) 제조업을 제외하면 올해 성장률은 1.7%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국민들께서 경기 회복의 온기를 충분히 느끼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에 따른 수출 호조를 차치하면, 2년 연속 2% 미만 저성장 굴레에 갇힐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높아진 물가 수준, 고금리 장기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고물가도 쉽게 누그러지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누적된 비용 인상 압력, 원자재 가격을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이다. 이 총재는 그러나 "반드시 물가 안정을 이뤄 내야 하고 또 그렇게 할 것"이라며 "대내외 여건을 세심히 살피면서 긴축 지속기간과 최적 금리경로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불안 요인으로 떠오른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1에 대해서는 "질서 있는 정리 방안을 마련하고 시행 과정에도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정교한 정책 조합 및 경제 주체의 올바른 기대 형성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경제전망 경로를 반기에서 분기 단위로 세분화해 하반기 중 발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 원장 또한 장기간 누적된 고금리, 중국 경제 둔화, 과도한 가계·기업 부채와 부동산 경기 리스크 등이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총선과 미국 대선 등 중요 정치 이벤트가 금융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언급도 더했다.
그는 "암초가 많을수록 우리는 더 밝은 등대가 돼야 한다"고 임직원을 북돋았다. 또 "코로나19 위기를 넘어 고금리 부담을 극복해야 하는 지금이 환부작신(換腐作新·썩은 것을 새로운 것으로 바꿈)의 적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