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홍해 선박을 공격하는 예멘 후티 반군을 타격해 소형 고속단정 3척을 침몰시키고 후티 병사 10명을 사살했다. 지난해 말 미국 주도의 다국적 연합 해군이 활동을 개시하고 글로벌 해운사들이 운항 재개를 선언하면서 잠시 가라앉는 듯했던 홍해의 긴장이 새해 벽두부터 재차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국 중부사령부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서 “홍해를 지나던 민간 컨테이너선 ‘머스크 항저우호’가 후티 반군의 대함 미사일 공격을 받았고, 긴급 구조 요청을 받은 미군이 이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어 아이젠하워 항공모함 등에 있던 미군 헬기가 출격해 교전을 벌인 끝에 후티 반군 최소 10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전했다.
이번 충돌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벌어진 미군과 후티 간 첫 직접 교전이다. NYT는 “백악관이 이란의 대리인에 대한 직접 공격을 고려하고 있는 와중에 무력 충돌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간 하마스를 지지하는 후티가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을 수차례 공격했음에도, 미국은 중동 내 다른 지역으로의 분쟁 확대를 우려해 직접적 충돌은 피해 왔다.
미국은 여전히 같은 기조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A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 지역에서의 충돌 확대도, 후티와의 더 큰 갈등도 원하지 않는다”며 “최선은 후티 반군이 공격을 중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후티 반군은 즉각 성명을 내고 “미국의 침략으로 우리 해군 10명이 순교했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선박 보호를 위한 홍해에서의 군사적 움직임은 우리의 종교적·도덕적·인도적 의무 수행을 방해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무장 정파 간 충돌을 염두에 둔 발언이긴 하지만, “가자지구 전쟁이 지역 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25%까지 커졌다”는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령관의 진단을 가볍게 여길 수 없게 된 셈이다.
이로써 세계 상품 무역량 중 약 12%가 지나는 홍해 무역로를 둘러싼 위기감은 새해에도 가시지 않게 됐다. 앞서 덴마크 글로벌 해운사 머스크는 미국이 후티 반군에 대응해 다국적 연합 해군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창설하자, 이에 호응해 지난달 27일 홍해 항로 운항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따른 영향 평가를 위해 48시간 동안 다시 운항을 중단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런 가운데 영국까지 후티를 겨냥한 군사작전을 시사하고 나섰다. 그랜트 섑스 영국 국방장관은 텔레그래프에 “후티에 대한 직접 조치를 취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영국군이 공습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무장관은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이란이 후티를 오랫동안 지원했다는 점에서 이런 충돌을 예방할 책임이 있다”고 언급했다. 서방 국가들은 후티 배후에 이란이 있다고 지목해 왔으나, 이란은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