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추대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기대와 한계가 엇갈렸다. '여당 지지율'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떨어뜨릴 것이라는 반응보다 두 배 이상 많아 일단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응답자 3명 가운데 1명은 지지율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이재명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41%는 '한동훈 비대위 출범이 총선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을 상승시킬 것'이라고 답했다. '별 영향을 못 줄 것'이라는 응답은 33%, '지지율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응답은 17%로 나타났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대구·경북(TK·58%) 지역과 60대(51%), 70대 이상(57%)에서 긍정 응답이 두드러졌다. 특히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를 뽑겠다는 응답자의 88%는 '한동훈 비대위'가 지지율 상승에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여당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보수 표심을 결집하는 구심점으로 부각된 것이다.
정한울 한국사람연구원장은 "한동훈이라는 인물이 그 자체로 '임팩트 있다'는 것에 대해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평가했다. 법무부 장관 당시 야당을 향한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고 70년대생으로 세대교체를 강조한 점 등이 보수 지지층의 기대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확장성의 한계도 뚜렷했다. 총선에서 여당을 견인할 '한동훈 효과'를 긍정하는 답변이 중도 성향 응답자는 34%, ' 총선에서 지지 정당 후보가 없다'고 답한 무당층은 29%에 그쳤다. 전체 평균(41%)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20대(32%), 30대(34%), 40대(30%)에서도 한 위원장은 박한 평가를 받았다.
리더십을 교체하며 총선 채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은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며 절박한 상황으로 몰렸다. 응답자의 과반인 57%는 '이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고 2선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에 찬성한다(매우 찬성 37%, 약간 찬성 20%)고 답했다. 이 대표 퇴진을 반대하는 답변은 36%(매우 반대 22%, 약간 반대 14%)에 불과해 두 응답의 격차가 21%포인트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민주당 지지세가 두드러진 광주·전라(반대 54%, 찬성 41%)를 제외한 전국 모든 지역에서 이 대표의 2선 퇴진에 찬성했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55%)과 인천·경기(54%)를 비롯해 표심이 유동적인 '스윙 보터' 대전·세종·충청(57%)에서도 이 대표의 2선 퇴진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울었다. 4월 총선을 좌우할 승부처에서 모두 이 대표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셈이다.
특히 민주당이 압승한 2020년 총선 이후 지지를 철회한 '민주당 이탈층' 가운데 73%가 이 대표 퇴진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나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 반면 여전히 민주당을 지지하는 '잔류층'의 73%가 이 대표 퇴진에 반대했다. 정 원장은 "지지 정당을 바꾼 경우 기대를 걸었던 정당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다"며 "진영 결집보다 자기반성과 혁신을 실천하는 것에 대한 의지를 보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