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내내 폭설과 한파로 전국이 몸살을 앓았다. 강추위에 바다도 얼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천 강화군 끝자락 동막해수욕장을 찾아갔다. 이곳은 낙조가 아름다운 곳이라 겨울에도 주말이면 많은 사람이 온다. 특히 한파가 오래 지속되면 얕게 깔린 바닷물이 얼어붙어 경이로운 풍경을 만들어낸다. 물 위에 떠다니는 얼음들이 백사장과 갯벌을 가득 메우면 마치 북극에 온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막상 해변을 찾았을 땐, 얼마 전 내린 눈이 조금 쌓였을 뿐 평범한 겨울바다였다. 혹시나 백사장 너머 바다 쪽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 갯벌로 드론을 날려 봤다. 공중에 높이 띄운 드론은 사진작가들에게 상상 이상의 새로운 이미지를 선물한다. 그동안 카메라를 통해 눈에 보이는 피사체만을 촬영했다면, 드론은 ‘광폭의 눈’으로 보지 못했던 놀라운 풍경을 담아낸다.
하늘로 날아오른 드론이 눈 쌓인 해변을 벗어나 물이 빠져나간 갯벌 위에 도달하자 모니터에는 신비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눈과 갯벌이 바람과 물을 만나 경이로운 한 폭의 동양화를 그려냈다. 새하얀 화선지 위에 쭉쭉 뻗은 나무들은 숲을 이루고 있고, 갯골 사이사이에 살포시 내려앉은 백설은 농담(濃淡)에 따라 깃털처럼 포근했다. 자연이 그려낸 아름다운 산수화에 빠져 한동안 모니터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드론의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순간 이성은 상상계에서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강추위에 꽁꽁 언 손으로 장비를 정리했지만 자연이 빚어낸 ‘연말 선물’에 마음은 벅차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