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강연? 일대일 레슨!... 음대 입시비리 통로 된 '마스터 클래스'

입력
2023.12.3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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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 레슨보다 강습료 저렴하지만
'소수 정예' 강연에 입시생 필수 코스
교육부 "공정성 저해, 지침 내놓을 것"

"사실상 일대일 레슨이죠."

음대 입시생 A(18)양은 현직 교수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박힌 포스터 하나를 내보였다. 포스터에는 '유명 피아니스트 ○○○의 마스터 클래스'라는 제목과 함께 25만 원을 내면 수강생이 개인지도받을 수 있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최근 경찰 수사 중인 '음대 입시비리' 의혹의 핵심은 대학교수가 불법과외를 한 학생에게 좋은 점수를 줬다는 것이다. 법이 버젓이 있는데 불법교습이 횡행하는 이유는 뭘까. 음악계에선 이런 커넥션을 가능케 한 연결고리로 '마스터 클래스(Master Class)'를 지목한다. 마스터 클래스에 네 차례에 참여했다는 A양은 29일 "현행법이 전임 교원의 과외만 금지하고 있어 마스터 클래스 같은 공개 강연을 통해 법망을 피해가는 변칙 교습이 성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명 교수 강연 소식에 입시생 문전성시

마스터 클래스는 말 그대로 '마스터', 즉 한 분야의 전문가를 데려와 소수의 수강생을 상대로 진행하는 공개 강연이다. 원래 예술중·고교와 입시 학원, 악기 회사 등이 재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음악 교육을 제공하겠다며 유명 연주자나 클래식 대가들을 초빙하는 데서 출발했다.

수강료는 천차만별이다. 어떤 학원은 30분당 10만 원 넘는 교습비를 요구하기도 하고, 회당 비용을 받는 곳도 있다. 일대일 고액 레슨만큼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유명 선생님에게 배울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조언 한마디라도 듣고 싶어 하는 학생, 학부모들로 강연은 늘 문전성시라고 한다.

A양은 "새로운 관점에서 내 연주를 평가받을 수 있었다"며 "친구들도 비슷한 이유로 수강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소재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있는 B(19)씨 역시 "강연 한 번 들었다고 실력이 확 느는 건 아니지만, 음악적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 기회 확대라는 취지는 나쁘지 않다. 마스터 클래스가 입시비리 통로로 변질된 점이 문제다. 마스터 클래스는 처음엔 유명 연주자나 대학 출강 강사가 맡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 공개 강연이라는 이유로 초빙을 수락한 교수들이 늘면서 논란을 키웠다.

실제 서울 소재의 한 교육기관에서는 최근 3년간 성악, 바이올린, 피아노 등 분야의 현직 교수를 초청해 마스터 클래스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연 규모가 수강생 4명, 청강생까지 합쳐 10명 내외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소수정예'라는 것이다. 30분 내외 교습을 받는 대가로 학생들은 20만 원을 냈다.

과외 금지 교수들, 변칙 교습 날개 달아줘

이번 입시비리 사건에 연루된 브로커도 마스터 클래스 간판을 내걸고 뒤로는 교수가 개인 교습을 해준다는 명목으로 회당 최고 수백만 원의 불법 과외를 알선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까지 경찰 수사대상에 오른 교수만 5명이다.

진학에 목맬 수밖에 없는 수험생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안 듣자니 나만 뒤처질 것 같고, 수강을 결심하면 만만치 않은 강습료가 부담이다. 레슨 교사가 마스터 클래스 참여를 부추기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입시생 이모(19)씨는 "콩쿠르 등 각종 입시정보가 올라오는 사이트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신청하는데, 입시에 도움이 된다며 레슨 강사가 추천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귀띔했다.

비리 의혹의 배경으로 마스터 클래스가 부상하면서 교육당국도 실태 파악에 나섰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회성이라도 교습 내용이나 시점, 행위의 지속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불법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입시 공정성을 저해하는 일부 교원의 일탈 행위를 막기 위해 조만간 영리 행위에 대한 겸직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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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