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의 진정한 엔데믹은 2024년이다. 지난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미뤄졌던 각종 해외 공연팀의 내한이 한꺼번에 몰렸다. 쏟아지는 공연 중 관객은 스타 연주자와 흥행이 검증된 작품에 반응했다.
올해 공연계 상차림은 다양성에 방점이 찍혔다. 개성 강한 세계 각지의 연주자와 악단이 다채로운 무대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압축 성장 후 정체기를 맞았던 뮤지컬 시장은 창작·라이선스 신작들로 다시 한번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올해 클래식 음악계 캘린더는 여러 문화적 배경의 음악가들이 채운다.
우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주춤했던 러시아 출신 음악가들의 무대가 다시 넓어졌다. 피아니스트 바딤 콜로덴코(3월), 다닐 트리포노프(4월), 예브게니 키신·니콜라이 루간스키(11월) 등이 리사이틀을 연다. 1월 초 폴란드 출신 피아노 거장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의 무대를 시작으로 시각 장애를 안고 태어난 일본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3월), 영국의 스티븐 허프(7월), 프랑스의 알렉상드로 캉트로프(10월), 중국의 랑랑(11월) 등도 독주회를 갖는다. 독일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3월)와 러시아 태생의 이스라엘 바이올리니스트 막심 벤게로프(4월)의 독주 일정도 예정돼 있다.
내한 오케스트라들은 각각 색채가 뚜렷하다. 독일 시대악기 앙상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4월)와 존 엘리엇 가디너가 이끄는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10월), 프랑수아 자비에 로트가 이끄는 프랑스의 시대악기 악단 레 시에클(11월) 등의 일정이 눈에 띈다. 거장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직접 창단한 웨스트-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6월)를 이끌고 한국에 온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중동 지역 단원들로 구성된 '평화의 악단'이다.
스타 피아니스트 임윤찬과 조성진은 올해도 협연자로 나서 클래식 열풍을 이어간다. 임윤찬은 이달 25, 26일 서울시향에 이어 12월 파보 예르비가 이끄는 도이치 캄머필하모닉과 협연한다. 6월엔 쇼팽 에튀드 전곡 리사이틀도 연다. 조성진은 5월 정명훈과 도쿄 필하모닉, 10월 안드리스 넬손스와 빈 필하모닉, 11월엔 사이먼 래틀이 이끄는 독일 바이에른 방송 교향악단과 협연한다.
두 해 연속 내한 리사이틀을 열었던 중국 피아니스트 유자 왕은 올해는 협연자로 한국을 찾는다. 9월부터 상임 지휘자 임기를 시작하는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하는 10월 런던 심포니 내한 무대에 함께한다.
장르별로 국내 관객에게 처음 선보이는 공연도 많다. 볼쇼이 발레단 수석무용수 스베틀라나 자하로바가 출연하는 '모댄스'가 4월 한국 관객을 찾는다. 국립발레단은 세계적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를 신작으로 5월에 선보인다. 찰리 채플린의 외손자이자 서커스계의 스타인 제임스 티에레의 '룸'(4월), 영국의 거장 안무가 매슈 본의 최신작 '로미오와 줄리엣'(5월) 등도 기대작이다.
한동안 신작보다 검증된 재공연 위주였던 뮤지컬계도 초연작을 다수 준비 중이다. 경계성 인격장애를 다룬 '키키의 경계성 인격장애 다이어리'(1월), 고전소설 '박씨전'이 모티프인 '여기, 피화당'(2월), 구병모의 동명 소설을 무대화한 '파과'(3월), 천선란의 SF소설이 원작인 '천개의 파랑'(5월) 등 흥미로운 소재의 창작 뮤지컬이 초연된다. '디어 에반 핸슨'(3월), '알라딘'(11월) 등 해외 라이선스 초연작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