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이선균 극단적 선택, 수사기관과 언론이 원인"

입력
2023.12.28 16:16
문 전 대통령, 이씨 추모 메시지 올려
조국 전 장관, 이틀째 검경·언론 비판
여당 의원들 "조 전 장관은 자중하라"
"고인 된 배우마저 자기변명 용도로"

문재인 전 대통령이 28일 배우 이선균의 사망에 대해 수사기관과 언론의 행태가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전날에 이어 이날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를 언급하며 이씨에 대한 무리한 수사와 언론 보도를 지적했다. 이에 여당 인사들은 "정치적 이용을 멈추라"며 비난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배우 이선균님의 안타까운 죽음을 애도한다"며 "영화와 드라마로 친숙했던 배우여서 마치 잘 아는 지인이 세상을 떠난 것만 같다"고 추모했다.

문 전 대통령은 수사기관과 언론의 피의사실 공표 관행이 이씨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고 비판했다. 그는 "수사기관의 수사행태와 언론의 보도행태가 극단적 선택의 원인으로 보여 더욱 가슴 아프다"며 "지금처럼 범죄혐의가 확인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공표되거나 언론으로 흘러나가면서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고, 과도하게 포토라인에 세우는 등 명예와 인격에 큰 상처를 줘 극단적 선택으로 내모는 일은 이제 끝내야 하겠다"고 했다.

조 전 장관 역시 전날부터 수사기관과 언론을 비판하는 게시물을 계속 올렸다. 이날 오전엔 본인이 형사사건 공보준칙을 개정했던 내용을 캡처해 올리며 "피의자에 대한 사회적 매장을 막는 재갈이 풀리자 수사기관과 언론은 신나서 날뛰었고 또 비극이 발생했다"며 "이씨 관련 자극적인 수사 정보를 흘린 자들과 이를 받아쓰며 희희낙락한 기자들에게 저주가 있으라"고 비난했다.

앞서 0시쯤에는 이씨 사진 두 장과 함께, 포토라인에 선 연예인 앞에만 취재진이 몰리고 명품 가방을 들고 대통령실을 찾은 이에겐 아무도 관심 없는 장면을 그린 만화를 올렸다. 수사기관과 언론이 이씨의 마약 의혹 수사에만 관심을 갖고,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사건에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우회적으로 한 것이다.

전날에도 조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경의 수사를 받다가 자살을 선택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수사 권력은 책임지지 않는다. 언론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깊은 내상을 입고 죽음을 선택한 자만 나약한 자가 된다. 남 일 같지 않다. 분노가 치민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썼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조 전 장관을 향해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전 장관은 글을 자진 삭제하라"며 "특히 이번 사안과 상관도 없는 검찰을 끌어들여 본인이 마치 피해자인 양 코스프레하는 건 더더욱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또 "(수사기관 비판으로 이어지는 추모 글은) 상업적 돈벌이를 위해 고인의 사생활을 이용한 가세연(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권성동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조 전 장관은 자중하시길 바란다"며 "조 전 장관은 공직자로서 부당하게 처신했고 이미 일가족이 법적 처벌을 받았는데 이제는 고인이 된 배우마저 자기변명의 아이템으로 소비했다"고 비난했다.


최은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