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강시장에서 중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포스코그룹이 중국 업체와 손잡고 반도체 생산용 고순도 희귀가스 공장을 짓는다. 배터리 소재에 이어 밸류 체인을 늘려 첨단 기술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흑묘백묘'(黑猫白猫) 전략을 취하는 셈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중국 중타이 크라이어제닉 테크놀로지(중타이사)와 22일 고순도 희귀가스 생산을 위한 합작 계약을 맺었다고 27일 밝혔다. 중타이사는 중국 선전 거래소에 상장된 가스 관련 설비 제작·기술 전문 기업이다. 희귀가스 생산 설비, 공기 분리 장치 등 가스 분야에 특화된 전문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고순도 희귀가스는 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인공위성 추진체 등 첨단 산업에 사용되는 순도 99.999%의 크루드 네온(Ne)·제논(Xe)·크립톤(Kr) 가스를 말한다. 이번 합작으로 포스코는 철강 생산 중 발생하는 부생가스인 크루드(crude) 가스를 신규 공장에 공급·정제해 고순도 희귀가스를 만든다.
신규 공장이 들어설 곳이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 제철소 동쪽 동호안인 점도 눈에 띈다. 이 공장은 제철 부생가스인 크루드 가스의 온도를 조절해 산소, 질소 등을 액화·분리시키는 공정을 진행한다. 내년 착공해 2025년 말부터 연산 13만Nm3(노멀입방미터) 규모의 고순도 희귀가스를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국내 반도체 시장 희귀가스 공급의 52% 수준이라고 포스코 측은 밝혔다.
포스코그룹은 중국업체 합작을 통한 신규 공장의 고순도 희귀가스 생산이 공급망 안정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순도 희귀가스는 공기 중 0.00182%밖에 포함돼 있지 않다. 대형 공기 분리 장치가 있어야만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주로 미국, 중국,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이를 수입해 썼다.
고순도 희귀가스는 반도체 노광공정(露光工程·빛을 이용해 반도체 실리콘 웨이퍼에 전자 회로를 새기는 공정)에 사용되는 엑시머 레이저 가스(Excimer Laser Gas)의 원료다. 새로 지을 공장에서 만든 고순도 희귀가스는 삼성전자가 품질 인증을 거쳐 구매할 예정이다. 10월 삼성전자와 포스코는 '반도체용 제논 가스 사업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제논(Xe) 가스의 국산화를 공동 추진키로 했다. 이번 합작 지분은 포스코 홀딩스와 중타이사가 각각 75.1%, 24.9% 나눠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