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향후 1년간 물가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 전반에 대한 소비자 심리도 5개월 만에 반등했다.
27일 한국은행의 ‘12월 소비자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2%포인트 하락한 3.2%로, 지난해 4월(3.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물가인식도 3.9%로 똑같이 0.2%포인트 내렸다. 이번 조사는 이달 11~18일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황희진 경제통계국 통계조사팀장은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 하락 폭이 확대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다만 향후 기대인플레이션율 추가 하락을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황 팀장은 “농산물, 가공식품, 외식 서비스 등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공공요금 인상도 잠재 변수”라며 “국제유가도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계속 이런 흐름이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감, 수출경기 호전 등에 힘입어 전반적인 경제 심리도 개선됐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5로 2.3포인트 올라 7월 이후 다섯 달 만에 상승 전환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중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하는데, 보합을 나타낸 소비지출전망을 제외하고 5개 지수 기여도가 상승했다.
금리수준전망CSI(107)는 지난달 대비 12포인트 급락했다. 금리 인상 종료 기대 등으로 그간 오름세를 지속하던 시중 금리가 안정 흐름을 보이면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면서 물가수준전망CSI(146)도 3포인트 하락했다.
집값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아졌다. 주택가격전망CSI가 전월 102에서 9포인트 하락한 93까지 떨어진 것이다. 1년 후 주택가격이 지금보다 하락할 것이라 대답한 사람이 상승 답변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황 팀장은 “대출 규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전국 주택매매가격 상승폭이 두 달 연속 둔화하고 거래량도 부진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