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많은데 일손이 없다... “제조업 기피·고령화 그늘”

입력
2023.12.26 17:00
대부분 지역서 노동시장 긴장도↑
30·40대 고된 제조업 취업 꺼리고
고령화에 돌봄 구인 133.9% 급증

코로나19 이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일할 사람보다 일자리가 더 빠르게 늘어나 노동 수급 불균형이 심화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고강도 노동직인 제조업 현장직 기피가 심해지고, 고령화와 함께 돌봄 인력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26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BOK 이슈노트 지역 노동시장 수급 상황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세종을 제외한 16개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15개 지역에서 노동시장 긴장도(구직 건수 대비 구인 인원 배율)가 2019년 3분기 대비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구직 대비 구인이 더 많아져 노동시장이 양적으로 긴장했다(tight)는 뜻이다. 노동 수급의 질적 측면을 보여주는 일자리 미스매치도 제주·광주·강원·대전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확대됐다.

기업들도 노동시장 불균형을 체감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날 함께 발표된 지역경제보고서 설문조사에서 참여 업체 570곳 중 15.3%는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했고(2019년 12%), 팬데믹 이전 대비 채용경쟁률이 하락했다는 답변 비율도 22.2%에 달했다. 다만 지역에 따라 노동 수급 상황은 큰 차이를 보였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서울·대전·부산 등 대도시에선 긴장도가 0.5를 밑돌아 구직자에 비해 일자리가 부족한 반면, 전남·충남·충북 등에선 인력난으로 1을 웃도는 반대 상황이 확인됐다.

직종별로 봤을 때 노동시장 긴장도와 미스매치 확대는 주로 제조 현장직과 돌봄 서비스업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이하 젊은 연령층뿐 아니라 40대도 상대적으로 위험하고 강도 높은 제조 현장직 취업을 꺼리면서 올 3분기 제조 현장직 긴장도는 제주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상승했다. 돌봄 서비스 역시 16개 지역 중 11곳에서 노동시장 긴장도가 높아졌다. 고령화 영향으로 돌봄 서비스 구인은 2019년 3분기 대비 133.9% 급증했는데, 구직은 47.1% 느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결국 인력 수급 관련 정책은 지역보다 직종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결론이다. 송상윤 제주본부 기획금융팀 과장은 “제조업 중 반복 업무 성격이 강한 단순직은 자동화를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이외 필수 직종은 근무 환경과 여건을 개선해 핵심 기술이 다음 세대로 이전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 서비스의 경우 “고령화 추세에 비춰볼 때 인력수급 불균형이 지속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지 않은 외국 인력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강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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