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 3주 만에 확진 사례가 총 24건으로 늘며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방역당국은 AI가 발생할 경우 농가에서 사육 중인 닭과 오리 등을 전부 살처분하는데, 빠른 확산 속도 탓에 계란과 닭고기 등 식탁 물가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24일 전남 영암군 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 농장에서는 오리 고기에 사용되는 오리 2만2,000여 마리를 길러 왔다. 이달 전국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는 총 24건이다. 계란을 낳는 산란계 농장(12곳)이 가장 많았고, 9건은 오리 농장에서 발생했다.
좀처럼 잡히지 않는 AI의 확산으로 계란 가격이 치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2016, 2017년 AI가 전국으로 퍼지며 산란계 닭 36%가 살처분돼 일부 지역에서는 계란 한 판 가격이 1만 원을 웃돌았다. 2021년에도 AI가 12월 한 달 만에 40여 농장으로 퍼지며 계란 가격이 5% 넘게 상승하기도 했다.
정부는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계란 가격은 평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23일 기준 계란 특란 30개 소비자 가격은 6,497원으로 전년(6,672원)과 비슷했다. 전월(7,020원)보다는 8% 내렸다. 농식품부는 올해 계란 공급량이 늘었고, 겨울철 수요가 줄어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농식품부는 전년보다 0.3% 증가한 4,646여만 개의 달걀이 생산될 것으로 내다봤는데, 현재까지 산란계 닭 84만8,433마리가 살처분돼 달걀 생산량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살처분 영향을 받은 달걀은 전체 생산량의 3% 정도로 예상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신선란과 닭고기의 수입량을 늘렸다”고 밝혔다. 정부가 구입한 계란은 ‘흰색 계란’으로 알려진 미국산 신선란으로, 물량은 총 112만 개(67톤) 정도다. 27일 국내 도착 후 1월 초중순 한 판에 4,500원 정도 가격으로 시장에 풀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