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3세 행세를 하며 수십억 원대 투자 사기와 혼인 빙자 사기를 일삼은 혐의를 받는 전청조(27)씨가 첫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전씨 측은 "언론과 유튜브의 자극적인 공개 탓에 범행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범죄 수익의 대부분은 자신과 결혼을 약속했던 펜싱 전 국가대표 남현희(42)씨 쪽으로 넘어갔다고 밝혔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김병철)는 22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공문서위조 및 위조공문서 행사,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 행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전씨의 경호 업무를 수행하며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이모(26)씨도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공판에 전씨는 여성 미결수임을 나타내는 연두색 수의를 입고 출석했다. 전씨는 피고인석에서 고개를 숙인 상태로 안경을 벗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재판에 임했다. 재판 도중 이따금씩 눈물을 흘리며 어깨를 들썩이는 모습도 보였다.
검찰은 "전씨는 부와 인맥을 과시하며 피해자들에게 신뢰를 얻는 방법으로 신규 투자 등을 권유했다"며 "그러나 전씨는 사실 구치소를 출소한 후에 특별한 직업이 없이 생활하고 있었고 투자 경험이나 진행 중인 사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전씨 측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면서도 “자극적인 소재를 다룬 일부 언론과 유튜브로 인해 범행이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전씨의 행위는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그에게 가해진 사회적인 비난 때문에 죄책 이상의 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변호인은 이어 “범죄 수익 대부분은 남현희씨와 남씨 가족들에게 흘러 들어갔다”며 “남씨에게 귀속된 범죄 수익이 피해자들에게 환원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80시간에 달하는 조사에 협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호팀장으로서 본인 명의의 계좌를 제공해 범행을 도운 혐의를 받는 이씨 측은 “전씨의 거짓말에 속았던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씨 측 변호인은 “재판부에서 판단할 사안이지만 검찰이 제출한 공소장에 명백한 오류가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유명 재벌 가문의 혼외자 행세를 하며 32명의 피해자에게 투자를 권유하는 방식으로 36억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10월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상대에게 “승마 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임신을 했다”며 7,000여만 원을 뜯어낸 혐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