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신도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기독교복음선교회(JMS) 총재 정명석(78)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대전지법 형사12부(부장 나상훈)는 22일 준강간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10년간 신상정보공개·고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 전자장치 부착 15년도 함께 내려졌다. 앞서 검찰은 징역 30년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종교적 약자로서 범행에 취약한 다수 신도를 상대로 상습 성폭력 범행을 저질렀고, 피고인을 순종하던 여성 신도의 심신장애 상태를 계획적으로 이용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원에 이르기까지 범행을 부인하면서 피해자에게 심각한 2차 피해를 일으켰고, 다수 참고인이 수사기관에서 허위로 진술하는 등 조직적으로 수사를 방해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녹음파일이 있는데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겠다는 의지로 혐의를 부인하면서 피해자들을 인신공격하고 무고로 고소하기까지 했다"며 "기피 신청권을 남용해 재판을 지연시키고 재판 공정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해쳤다"고 판시했다.
정명석은 2018년 2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충남 금산군 진산면 월명동 수련원 등에서 23차례에 걸쳐 홍콩 국적 여신도 A(29)씨를 추행하거나 성폭행하고 호주 국적 여신도 B(30)씨와 또 다른 한국인 여신도를 성추행한 혐의(준강간 등)로 구속 기소됐다. 성범죄 혐의로 자신을 고소한 외국인 여신도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맞고소해 무고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2001년 8월부터 2006년 4월까지 말레이시아 리조트 등에서 20대 여신도 4명을 추행하거나 성폭행한 죄(강간치상 등)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18년 2월 출소한 뒤 비슷한 범죄를 또 저질렀다.
정명석은 교주인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신도들을 구원해줄 것처럼 세뇌한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진술이 현장에 있던 다른 신도들의 주장과 배치돼 신빙성이 없고 항거 불능에 대해서도 메시아라 칭한 적이 없다. 현장 녹음파일 또한 사본은 원본이 삭제돼 원본과의 동일성이 확인되지 않아 증거능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폭행 혹은 강제추행·준강제추행 혐의로 정명석을 수사기관에 고소한 여성은 지금까지 21명에 이른다.
JMS의 실세 신도들이 정씨를 위해 젊은 여신도를 은밀하게 관리한 정황도 드러났다. 정명석의 범행에 가담한 혐의(준유사강간)로 따로 재판에 넘겨진 JMS '2인자' 김지선(44·여)씨를 비롯해 여성 간부 4명은 앞서 지난 10월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 6개월∼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날 선고에 앞서 대전지법 앞에는 정명석의 무죄를 주장하는 신도들이 모이는 등 팽팽한 긴장이 감돌았다. 대전경찰청은 2개 중대 100여 명을 투입해 질서유지에 나섰고, 법정 복도에도 정복 경찰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