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지주회사 NXC 지분 4조7,000억 원어치가 1차 공개 매각(공매)에서 주인을 찾지 못했다. 25, 26일 2차 입찰이 진행될 예정이지만 유찰을 거듭할 거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22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온라인공매시스템 '온비드'에 따르면 18, 19일 진행된 NXC 지분 29.29%(85만1,968주) 공매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이는 국세물납증권 최대 규모로 감정가는 4조7,149억 원이다. 국세물납증권이란 상속세를 현금 대신 증권으로 납부해 국가가 보유 중인 증권을 뜻한다.
지난해 2월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사망함에 따라 김 창업자의 배우자 유정현 NXC 이사와 두 딸이 NXC 지분을 물려받았다. 딸 둘이 반반씩 소유한 계열사 와이즈키즈 지분까지 합하면 일가가 지분 7할을 가진 셈이다. 유족은 이 중 30%가량을 국세청에 상속세로 납부했고 정부는 유 이사(32%)에 이어 넥슨의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4일 국유재산정책심의회를 열어 NXC 주식의 지분 가치를 평가했고 공개 매각하기로 했다.
예상된 험로였다. 중국 게임 회사 텐센트·사우디국부펀드(PIF) 등이 인수 후보로 떠올랐지만 업계에서는 "구매자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꾸준히 힘을 얻었다.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①우선 5조 원에 달하는 거금을 쏟아부어도 2대 주주에 그쳐 실질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기엔 무리다. 게다가 ②NXC는 비상장 회사여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기 어렵다.
비상장주식이 이런 이유로 매각하기 어렵다는 건 데이터로도 드러났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10월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식 물납제가 시작된 1997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정부가 세금 대신 받은 8조2,888억 원어치 비상장주식 중 매각된 건 1조5,863억 원(19.1%)에 불과했다. 6조 원 이상이 현금화되지 못한 채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는 뜻이다.
이번 매각은 2차 입찰까지만 공매 방식(경쟁 계약)으로 매각 절차를 밟고 그때도 팔리지 않으면 수의 계약으로 넘어간다. 다만 캠코 관계자는 "목표 예정 가격(입찰가)의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2차까지 유찰될 때를 대비해 다양한 방식으로 찾아볼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가 '흥정' 없이 매각하려는데 이유가 있다. '세수 결손'이라는 암초를 피하기 위해서다. 애초 4조7,000억 원으로 가격표를 붙인 이상 적어도 그만큼은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비상장주식 매각은 되팔기 어려운 게 확실하니, 이를 세금 대신 납부할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물납 당시 평가한 가격보다 매각가를 낮추면 세수 결손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고평가 논란에도 정부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그런 점에서 이번 유찰은 충분히 예상했던 결과"라면서 "앞으로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을 고쳐 비상장주식 평가할 때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