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딜 과정서 '무차입 공매도'... 해외 헤지펀드 3곳 과징금 20억

입력
2023.12.20 19:34
주가하락 목적 매도, 불법 공매도까지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 과정에서 부정거래, 무차입 공매도 등을 통해 부당이득을 본 글로벌 헤지펀드 3곳에 대해 금융당국이 2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글로벌 헤지펀드 3개사의 주식 매매 행태에 대해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장질서 교란행위, 무차입 공매도 위반으로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증선위는 이들에 과징금 20억2,000만 원과 과태료도 부과했다.

글로벌 헤지펀드 A사는 2019년 10월 국내 상장 ㄱ사 주식의 블록딜 가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ㄱ사 주식 116억 원의 매도 스와프 주문을 제출·체결했다. 증선위는 A사가 블록딜 매수자로서 협상 과정에서 조금 더 낮은 가격에 매수하기 위해 대규모 매도 스와프 주문을 제출해 블록딜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렸다고 봤다. 이로 인한 부당이득을 약 32억 원 수준으로 판단했다.

또 이 업체는 당시 블록딜 거래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ㄱ사 주식을 매도하는 과정에서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 팔았다가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사 갚으면서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인데, 빌리지 않고 매도하는 행위는 불법이다. 증선위는 중요정보 공개 전 부당이득을 취할 목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했다고 판단, A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의결했다. 증선위는 A사의 공매도 제한 위반 행위가 2021년 형벌과 과징금 제재가 도입되기 전에 있었던 행위인 만큼 과태료 6,000만 원을 별도 부과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A사를 포함한 글로벌 헤지펀드 B사와 C사는 ㄱ사 주식의 블록딜 거래에 매수자로 참여하면서 매수가격이 정해진 상황에서 블록딜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ㄱ사 주식에 대한 1,768억 원 규모의 매도 스와프 주문을 제출·체결했다. 일반적으로 블록딜 소식이 알려지면 주가가 하락하기 때문에 그전에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해석된다.

증선위는 "앞으로도 금융당국은 건전한 자본시장 확립을 위해 각종 불공정거래 및 공매도 제한 위반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하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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