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더불어민주당 내 '86세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용퇴론에 대해 "집단으로 몰아 '퇴출 대상'이라고 하는 건 정치적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임 전 실장은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 출신으로 86세대 대표 인사다.
임 전 실장은 20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우리가 과거 군 하나회나 '윤석열(대통령) 사단'처럼 우리끼리 모여 '한 번 해먹자' 한 적은 없다"며 이같이 반박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는 과정에 '뺄셈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며 "86세대가 오히려 윤석열 정부와 싸워서 새로운 시대로 가는 문을 열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송영길 전 대표가 어떤 구설수에 휘말렸다고 해서 86그룹 인사 전체가 다 그런 구설수에 휘말리는 건 아니지 않냐"며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영남 사람이 무슨 범죄에 연루되면 개인 아무개가 범죄를 저지른 거고, 호남 사람이 무슨 범죄를 저지르면 호남 사람은 다 범죄자다 이렇게 일반화하는 것과 비슷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86세대 용퇴론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민주당 내 86세대 용퇴론은 최근 86세대 대표 주자인 송영길 전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관여 혐의로 구속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의원 대다수가 86세대로 이들의 도덕성 문제 등이 거론되면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86세대의 후배격인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출신인 정의찬 당대표 특별보좌역이 학생운동 시절 민간인 고문치사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전력으로 내년 총선 후보자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것이 엉뚱하게도 86세대 용퇴론 논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총련 출신 인사들이 주축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혁신회의)는 정 특보의 총선 후보자 부적격 판정에 반발하며 86세대 대표 인사들의 과거 범죄 처벌 이력과 공천 문제를 지적했다. 혁신회의는 이날 86 운동권 출신 의원들의 실명과 비리 논란을 언급하며 "현역 의원의 기득권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당 공직후보자검증위원회가 악용되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강도죄나 방화죄 등으로 처벌받은 현역 의원들의 검증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86세대를 정조준했다. 정청래·이학영 의원 등 86 운동권 인사들은 1980년대 민주화 시위를 하다가 강도나 방화로 유죄를 받은 전력이 있다.
또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최근 국회 사무총장직에서 물러난 이광재 전 강원지사를 겨냥해 "뇌물죄로 실형을 선고받고 문재인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했다"며 "이 경우에도 사면권의 효력에 대한 헌법적 권리를 무시하고 부적격으로 판정할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이 전 지사는 태광실업 박연차 전 회장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9만5,000달러를 받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2019년 특별사면됐다. 당내에서는 박원순계 인사로 전대협 그룹인 기동민 의원과 전대협 4기 의장 출신인 송갑석 의원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당내 기득권을 한 번도 놓지 않은 86세대가 얻어낸 성과가 대단하지 않고, 이제는 도덕성까지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으면서 이들에 대한 당내 반발이 나오는 것"이라며 "당내 세대교체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86세대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사람들이 어떤 명분이나 가치를 내세우는지가 중요한데, 아직은 제시된 게 없다"며 "어떤 명분을 찾느냐에 따라 당내 세대 갈등으로 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