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실장 임명 직전까지 로비스트"… 트럼프 2기 '이해 충돌' 우려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자로서의 첫 행보로 기업 로비스트를 자신의 행정부 책임자로 임명함으로써, 백악관 현관에 '판매 중(for sale)' 간판을 내걸었다." 2024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당선자가 차기 행정부 요직 첫 인선으로 수지 와일스를 백악관 비서실장에 지명한 것을 두고, 미 소비자 권익 옹호 시민단체 '퍼블릭시티즌'의 한 활동가가 남긴 촌평이다. 내년 1월 출범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해 충돌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는 그동안 '로비스트와의 거리두기'를 외쳐 왔는데, 이와 배치되는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21일(현지시간) "와일스가 올해 초까지 기업 이익을 위해 일하는 로비스트로 등록돼 있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집권 1기 때처럼 특수 이익과 관련한 이해 충돌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초 와일스는 '정치 컨설턴트' 정도로 알려졌을 뿐, '기업 로비스트' 활동 경력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와일스는 2022년부터 일했던 미국 전략회사 '머큐리 퍼블릭 어페어스'에서도 이달 7일 차기 백악관 비서실장 지명 이후에야 사직했다. NYT에 따르면 와일스가 가장 밀접히 관여했던 업체는 담배회사로, 최근 수년간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가향 전자담배 판매 금지 문제로 싸워 온 업체다. 가향 전자담배는 청소년 건강을 위협한다는 비판을 받는, 미국 사회에서도 뜨거운 감자다. 이와 관련, 공교로운 대목은 트럼프의 입장 변화다. 2019년 대통령 재임 당시 가향 전자담배 판매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했던 그는 지난 9월, 전자담배 로비스트와의 비공개 회동 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전자담배를 다시 구하겠다"고 썼다. 트럼프가 이날 2기 행정부 첫 법무장관에 새롭게 지명한 팸 본디 전 플로리다주 법무장관도 마찬가지다. 본디는 플로리다주 검찰총장 임기를 마친 2019년부터 공화당 기금 모금가인 브라이언 밸러드의 로비 회사에 합류, 아마존과 제너럴모터스(GM) 등을 위한 로비스트로 활동해 왔다고 NYT는 전했다. 현재도 미 연방 상원 홈페이지에 로비스트로 등록돼 있다. 물론 미국에서 로비스트 출신이 정부 고위직에 발탁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내정 직전까지 활동해 온 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NYT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의 첫 비서실장인 론 클레인의 경우, 마지막 로비 활동은 이미 지명되기 15년도 더 이전의 일이었다"고 꼬집었다. 퍼블릭시티즌은 "와일스는 (최소한) 옛 고객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문제와 관련해선 물러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