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과 함께 민주당에 사법리스크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의 줄소환이 예고된 데다, 이미 진행 중인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 성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재판까지 켜켜이 더해지면서다. 4개월도 남지 않은 총선 레이스에 분명한 악재이지만,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등 여권의 사법리스크만 쳐다보고 있다. 쇄신안으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에도 당 지도부는 "걱정 안 해도 된다"며 다음 달 중순 이후를 지켜봐 달라고 했다. 파격적 쇄신안이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촌각을 다투는 총선 정국에서 너무 소극적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은 19일 송 전 대표 구속에 선을 긋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임오경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송 전 대표에 대해 "지금은 탈당해서 개인의 몸"이라며 "(구속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 꼼수라는 비판을 받으며 탈당한 송 전 대표와 거리를 둔 것이다. 겉으로는 당과 연결고리를 차단하는 민주당이었지만 내부적으로 이미 동요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송 전 대표가 구속되면서 검찰이 돈 봉투 수수자로 지목한 김남국 무소속 의원을 제외한 18명의 민주당 현역 의원 수사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자칫 공천을 비롯해 내년 4월 총선 때까지 사법리스크에 당 전체가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내부에서는 애초 당 차원에서 사법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자책도 나온다.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자체 진상조사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면 검찰 수사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지만은 않을 수 있었다는 판단에서다. 현역 프리미엄을 가진 20명 가까운 의원의 공천 적용 기준 마련도 난감한 문제다. 당장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약점을 치고 들어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송 전 대표 구속과 관련해 "반민주적 범죄에 연루된 이들을 더 이상 감싸서는 안 된다"고 민주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안 그래도 민주당은 내년 총선에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이 대표 위증교사 혐의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 1심이 총선 전에 이뤄지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황운하 의원이 연루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문재인 정부 출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판도 민주당에 불리한 쪽으로 흐르고 있다.
사법리스크가 커질수록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겨냥한 '검찰 정권 심판론' 공세도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당의 한 비수도권 의원은 이날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를 검찰공화국이라고 비판하지만 반대로 수사를 받는 민주당과 대비돼 오히려 여권에 더 유리한 구도가 짜일 수 있다"며 "민주당이 검찰을 공격할수록 민주당의 사법리스크가 더 부각되는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법리스크 극복을 위해서는 민주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쇄신책 마련이 최우선이다. 특히 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의원의 총선 불출마와 김기현 대표 사퇴로 어렵사리 쇄신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한 국민의힘을 감안하면, 민주당 지도부는 어느 때보다 쇄신 경쟁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하지만 당을 향한 쇄신 요구를 희석시키는 데 주력하는 듯한 모습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쇄신에 대해 "박정희, 전두환 정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라고 평가절하하면서 "민주당은 민주당 혁신의 시간에 따라 움직이겠다"고 원론적인 얘기만 했다. 여당에 대한 견제로 해석할 수 있지만, 김은경 혁신위 좌초 이후 번듯한 쇄신안 하나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타임 스케줄만 얘기하니 위기의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당 내부에서조차 정부·여당의 실책만 기대는 게 총선 전략이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실제 당 지도부의 관심은 온통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관련 특검법이 자동 상정되는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 쏠려 있다. 민주당의 초선 의원은 "여당의 실수를 마치 감나무 밑에 누워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이라며 "이대로라면 지금 예상보다 훨씬 더 불리한 선거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