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에 연루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구속됐다. 검찰이 송 전 대표 구속에 성공하면서 수사 명분을 확보하는 한편, 돈 봉투 수수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유창훈 부장판사는 1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정당법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송 전 대표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유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거액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당대표 경선과 관련한 금품수수에 일정 부분 관여한 점이 소명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면서 "인적·물적 증거에 관해 수사과정에서 확인된 피의자의 행위 및 제반 정황에 비추어 증거인멸의 염려도 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범죄 혐의와 증거인멸 가능성이 동시에 소명된 결과라, 검찰 수사가 일정 부분 정당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송 전 대표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둔 2021년 3~4월 총 6,650만 원이 든 돈 봉투가 민주당 국회의원 및 지역본부장 등에게 살포되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0년 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그의 외곽 후원조직 '평화와 먹고사는문제 연구소'(먹사연)에서 총 7억6,3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있다. 이중 4,000만 원은 인·허가 관련 청탁과 함께 건네진 뇌물(제3자 뇌물)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 측에선 그간 수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최재훈) 소속 서민석·윤석환 부부장검사 등 검사 5명이 송 전 대표의 구속 필요성을 피력했다. 심문에 앞서 500쪽 이상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고, 법정에선 250여 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와 함께 확보한 주요 진술 및 증거들을 총동원했다.
검찰은 송 전 대표가 민주주의 근간을 해치는 '금권 선거'라는 무거운 범죄를 저질렀다고 강조했다. 또 송 전 대표가 올해 4월 프랑스에서 귀국할 때 기존 휴대폰을 버리고 산 새 휴대폰을 검찰에 제출한 점, 차명 휴대폰으로 관련 인물들을 회유했다고 의심되는 정황도 설명하며 증거인멸 우려를 내세웠다.
송 전 대표는 친형인 송영천 변호사 등 5명의 변호사로 변호인단을 꾸리고 수백 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돈 봉투 살포에 개입한 혐의와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몰랐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먹사연 불법 정치자금 의혹은 "먹사연이라는 독립 법인이 받은 후원금을, 지지자들이 참여했다는 이유로 송 전 대표가 받았다고 보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검찰에 나가서 입을 닫았던 송 전 대표는 판사 앞에선 적극적으로 결백을 호소했다. 특히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 "허위의 진술을 강요하거나 사주하지 않는 이상, 피의자의 정당한 방어권은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는 심사 후 만난 취재진에게 "(검찰 수사를 받고 힘든) 사람들 위로도 해줘야 하는것 아니냐"면서 "그걸 전화했다고 증거인멸이라고 말하는 건 불공정한 게임"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검찰 손을 들어줬다. 이로써 사실상 '송영길 캠프' 불법 정치자금 혐의에 대한 수사는 정점인 송 전 대표의 구속으로 일단락됐고, 지지부진했던 돈 봉투 수수 의혹 의원들에 대한 검찰 수사도 탄력을 받게 됐다. 특히, 송 전 대표와의 연결고리이자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직접 돌린 것으로 지목된 윤관석 의원의 진술 태도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 그는 구속된 지 넉 달이 지나도록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검찰은 18일 윤 의원의 정당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5년형을 구형했지만, 윤 의원은 이날 최후 진술에서도 송 전 대표의 관여 여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그는 돈 봉투를 수수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송 전 대표를 만났는지 △송 전 대표와 상의한 적 있는지 묻는 검찰의 질문에는 답변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날 송 전 대표가 구속되면서 윤 의원도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