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만 강조한 카카오, 피해자에 대한 고민 부족" 준법과신뢰위원회장의 일갈

입력
2023.12.18 17:00
카카오 외부기구 준법과신뢰위원회, 첫 회의 개최
"카카오 변화 의지 있어...사회적 책임 다하도록 만들 것"


카카오와 5개 관계사의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할 외부 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가 18일 첫 회의를 진행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김소영 카카오 준법과신뢰위원장은 "카카오가 앞으로 어떠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준법과 내부 통제의 틀을 잡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EG빌딩에서 열린 준신위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카카오는 10여 년 전 스타트업에서 시작해 혁신의 대표주자로 국민께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우려와 비판으로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원인은 카카오에 있다"고 잘라 말하며 "혁신만 강조했을 뿐 그 뒤편에서 피해를 받은 사람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고 외형적 성장에 치우쳐 사회에서 요구하는 기준과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카카오 크루(직원)들의 목소리를 들은 결과 구성원들이 변화 의지를 가지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면서 "카카오가 변화의 문을 연 만큼 준법과신뢰위원회는 카카오가 준법 경영을 실천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서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카카오뱅크·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페이는 준신위 출범을 위해 11일 '카카오 공동체 동반성장 및 준법경영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연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이 협약에 참여하게 돼 준신위는 카카오를 포함한 총 6개사에 준법 지원 활동을 한다.

준신위는 앞으로 △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 등 준법 통제의 틀을 마련하고 △주요 경영 활동에 대한 사전 검토와 의견 제시 △준법 프로그램의 감독 및 권고 △준법 의무 위반 리스크 직접 조사 △핵심 의사 결정 조직에 대한 감독 등을 진행한다.

준신위의 사전 검토 및 의견 제시 대상이 되는 '주요 경영 활동'에는 △회계 처리 및 주식 시장 대량 거래 △합병·분할·인수 등 조직 변경 및 기업 공개 △내부거래 및 기타 거래 등이 포함됐다. 필요하면 준법 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긴급 중단과 내부 조사 및 개선 방안 마련도 요구할 수 있다.

한편 카카오의 차기 대표로 내정된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는 이날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에서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 주재로 열린 비상경영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에 시간이 많지 않은데 주어진 시간 속에서 타이밍을 놓치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다"면서 "쇄신 태스크포스(TF)부터 시작해 크루들의 얘기를 들으며 (쇄신 방안을) 구상하겠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