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번엔 '민간인 생매장 의혹'… 잔혹해지는 전쟁

입력
2023.12.18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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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도저, 난민 텐트 철거 중 부상자 매장"
PA 보건부·국제단체·언론 등 국제 조사 촉구
안보리 휴전 결의안 재표결 예정… 미국 압박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진입한 이스라엘방위군(IDF)이 병원으로 피신한 피란민들을 생매장했다는 의혹이 17일(현지시간) 제기됐다.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지만, 사실로 드러날 경우 커다란 파장이 예상된다. 최근 △자국민 인질 '오인 사살'(15일) △성당 내 모녀 조준 사살(16일)에 이어 연일 폭로되는 이스라엘군의 잔혹 행위에 국제사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마이 알카일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보건장관은 16일 밤 기자회견을 열고 “목격자와 의료진 증언,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할 때, 점령군(IDF)이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 북부 카말아드완 병원 마당에 생매장했다”고 밝혔다. 서안지구를 통치 중인 PA는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와는 별도 단체인 데다 서방의 지지를 받는 정파라는 점에서, 이 같은 주장을 단순한 ‘선전전’의 일환으로 치부할 수는 없어 보인다.

"피란민 텐트 밀면서 부상자까지 생매장" 증언

이날 알자지라도 익명의 병원 관계자와 목격자를 인용, '생매장 의혹'을 보도했다. IDF가 16일 카말아드완 병원 근처에 몰린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의 텐트를 불도저로 철거하는 과정에서 민간인 부상자들까지 휩쓸려 생매장됐다는 게 목격자들의 주장이다. 엑스(X·옛 트위터)에도 IDF 불도저가 모포에 싸인 인체를 밀어내는 영상이 유포됐으나, 해당 인물들이 사망자인지, 부상자인지 확인은 안 됐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 '유럽·지중해 인권감시단'은 국제 긴급 조사를 촉구했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 논란에 기름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디언은 “해당 의혹을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엑스를 통해 "IDF가 카말아드완 병원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환자 최소 8명이 사망했다"며 국제 조사를 촉구한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도 생매장 의혹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가디언의 사실 확인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교황마저 "이건 전쟁이자 테러"

IDF 지상 작전의 잔혹성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은 극에 달하고 있다. AFP통신은 1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긴급하고 지속가능한 적대 행위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표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8일 상정한 결의안에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한 지 열흘 만의 재표결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전날 가자지구에서 천주교인 모녀 2명이 사살된 사건을 언급하며 “이건 전쟁이자 테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 역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백악관은 이스라엘이 대규모 지상 작전을 3주 내에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하기를 바란다'고 이날 미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에 이 시한을 못 박아 전달하진 않았으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 기간 내 공세 수위 조절이 이뤄지길 희망하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날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인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역시 이스라엘에 소수 정예 부대 투입으로 작전 방침을 전환하라고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고강도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날 IDF 공습으로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에서 최소 90명, 중부 도시 데이르알발라에서 1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악화하는 국제 여론을 의식한 듯 이스라엘은 이날 가자지구 북부 국경 인근 베이트하눈에서 길이 4㎞, 폭 3m에 달하는 하마스 지하 터널을 공개하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복수의 이집트 관리를 인용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휴전 협상을 재개할 의사가 있다”면서도 “실행 방법에서 의견차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