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을 배신한 미국-이스라엘

입력
2023.12.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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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예루살렘

유엔총회는 매년 9월 셋째 화요일에 개막해 약 석 달간 열리지만 전쟁 등 긴급한 사안에 대해 안전보장이사회(9개국)가 이견으로 제 기능을 못할 경우 안보리 회원국 일부 또는 총회 회원국 다수의 요구로 긴급특별총회가 소집된다. 지난해 10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열린 유엔긴급총회가 가장 최근 사례다.

2017년 12월 21일 유엔긴급특별총회는 미국 트럼프 정부가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해 텔아비브에 있던 자국 대사관을 이전하겠다고 발표한 게 긴급 의제였다. 이슬람교와 기독교(가톨릭, 개신교) 유대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을 유대국가 이스라엘이 장악할 경우, 팔레스타인과의 지역분쟁을 넘어 “경계 없는 종교전쟁”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거였다. 172개 회원국은 ‘예루살렘에 외교 공관을 두지 말 것을 촉구하는 유엔 결의안’을 찬성 128개국, 반대 9개국, 기권 35개국의 압도적 다수로 가결했다. 반대한 국가는 이스라엘과 미국을 포함, 과테말라와 온두라스, 마셜제도 미크로네시아연방, 나우루, 팔라우, 토고였다.

예루살렘의 국제법적 지위는 1947년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일국의 주권적 통치지역이 아닌 국제적 지위의 ‘분리 지역(Corpus Separatum)’으로 이미 규정된 바 있다. 이듬해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시작된 1948년 전쟁으로 이스라엘은 서예루살렘을, 요르단은 동예루살렘을 장악했다. 예수가 처형당한 ‘골고다 언덕’과 ‘성묘교회’ 등 개신교의 성지, 이슬람 선지자 마호메트가 승천한 곳이라는 ‘황금돔 사원’ 고대 이스라엘 왕국의 솔로몬의 성전에 세워진 ‘통곡의 벽’ 등이 모두 동예루살렘 옛 시가지에 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동예루살렘까지 장악했고, 이후 자국 법 등을 통해 예루살렘 전체를 실질적 법-제도적으로 장악해 왔다. 마지막 장애물이던 국제법적 장벽을 미국이 허문 셈이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