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거인 군단’에 합류한 이정후(25·샌프란시스코)는 벌써 지역 ‘셀럽(유명인)’이 다 됐다. 입단식을 치른 지 하루 만에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하는 미국프로농구(NBA)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환대까지 받았다.
골든스테이트는 17일(한국시간) 브루클린 네츠와 홈경기에 체이스 센터를 방문한 이정후를 3쿼터 도중 대형 전광판에 ‘자이언츠 외야수’라며 소개했고, 팬들은 환호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뜨거운 환영에 이정후는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또 이날 샌프란시스코 구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정후 말고도 추가 영입 소식을 전하며 반려견 '까오'도 소개했다.
7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이정후는 빅리그 데뷔 전부터 다양한 매력으로 현지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고 있다. 16일 입단식에서 등번호 51번이 새겨진 유니폼과 모자를 착용하고는 현지 취재진을 향해 대뜸 영어로 “핸섬(잘 생겼나요)”이라고 물어 딱딱한 현장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다.
현지 매체들은 “언어 장벽도 이정후의 개성이 빛나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이정후의 스타성을 인상 깊게 바라봤다. MLB닷컴은 “이정후는 24명 정도의 취재진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기 위해 허리 굽혀 입을 열었다”며 “‘핸섬’이라는 질문에 사람들은 웃음을 터뜨렸다”고 전했다.
이정후는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는 남다른 준비성도 보였다. 영어 솜씨가 유창하진 않았지만 당당하게 자신을 ‘바람의 손자’라고 소개하면서 “레츠 고, 자이언츠”라고 외쳤다. 디애슬레틱은 “영어로 소감을 밝힐 의무가 없었지만 이정후는 그렇게 했다”며 “매력적이고, 재치 있는 첫인상을 남겼다”고 평가했다. 파르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야구 운영부문 사장 역시 “야구에 아주 잘 맞는 정말 좋은 성격을 갖고 있다”며 “팀에 에너지를 줄 수 있다는 것도 고려한 영입이었는데, 이날 확실히 느꼈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취재진과 질의응답 때는 베테랑처럼 적정 선을 지키면서 자신 있게, 유쾌하게 답했다. 이정후는 장점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어리기 때문에 아직 내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이곳에서 내 기량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와 맞대결에 대해선 “열심히 하겠다”고만 답하며 미소 지었다.
현지 언론은 이정후의 등번호로 51번을 선택한 배경에도 관심을 가졌다. 샌프란시스코 지역 매체 머큐리 뉴스는 ‘이정후에 관해 알아야 할 5가지’ 제하 기사에서 51번 뒷얘기를 다뤘다. 이 매체는 “이정후는 아버지가 일본프로야구 주니치에서 뛸 때인 1998년 일본 나고야에서 태어났는데, 그해는 스즈키 이치로가 오릭스에 있었던 시기”라며 “3년 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뒤 이정후는 그를 동경해 같은 51번을 달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