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업계와 상생안 협의를 마무리하며 큰 숙제 하나를 풀었다. 그러나 플랫폼 독과점 논란이 근본적으로 해소된 건 아니어서 갈 길이 멀어 보인다.
17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①가맹 택시인 '카카오T블루' 수수료율을 2.8%로 낮추기로 최종 결정했다. 주요 택시 4개 단체(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민주택시노동조합연맹,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와 가맹 택시 업계와 한 달 넘게 협의한 결과다. 기존에는 가맹수수료 계약과 업무 제휴를 별도로 체결해 실질 수수료 3~5%를 받았다. 이렇게 되면 경쟁사 우티(2.5%)와 수수료율이 비슷해진다.
②가맹 택시의 서비스를 간소화해 기사들의 부담도 던다. 가맹 가입 시 필요한 차량 랩핑과 교육의 부담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또 택시 겉모습을 광고 상품화해 택시 사업자와 종사자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도 만들기로 했다. ③비가맹(일반) 기사를 대상으로 한 부가 유료 상품인 '프로 멤버십'도 내년부터 없앤다. 프로 멤버십은 가맹 택시에 가입하지 않은 일반 기사들이 월 3만9,000원을 내면 목적지를 추천하는 기능 등을 제공하는데 기사들 사이에선 부담을 늘린다는 불만이 컸다. ④택시 기사들의 가장 큰 불만을 샀던 매칭 알고리즘도 바꾼다. 수락률을 기준으로 한 인공지능(AI) 추천 기반 배차 말고도 도착예정시간(ETA) 최단 거리 우선 배차를 병행한다.
이번 상생안이 택시 관련 불만을 모두 잠재울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초 과도한 수수료와 독과점 문제를 공개 지적한 후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업계의 요구를 대부분 받아들인 모습이다. 하지만 콜 배차는 승객 평점과 평소 수락률을 기준으로 한 AI 추천 대신 최단 거리 배차가 늘어나면 반대로 승객들의 불만이 늘어날 수 있다. 기사들은 승객 평가에 신경을 덜 써도 되지만 이용자 입장에선 불친절한 기사를 만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독과점 논란을 겨냥한 정부의 압박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근 택시 호출 플랫폼 사업자들의 개인위치정보 관리 실태 집중 점검에 들어갔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카카오모빌리티가 집중 점검 대상"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는 플랫폼 경쟁 촉진법도 도입되면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이 집중 제재 대상이 될 거란 전망이 많다. 금융감독원도 여전히 카카오모빌리티의 회계 조작 의혹을 들여다보는 중이다.
전방위적 위기에 몰린 카카오가 쇄신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교체 카드를 꺼낼지도 관심이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의 임기는 2024년 3월까지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앞으로도 택시업계 발전과 국민 편익 증진을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