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반군 “우리 때리면 참혹한 대가”...다국적 함대 확대 주도하는 미국에 경고

입력
2023.12.16 15:10
미, 홍해 민간선박 위협에 다국적군 확대
후티 "팔레스타인 대의 지킬 것" 항전 의지
"잃을 것 없는 후티...돌출행동에 확전 우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편을 드는 친(親)이란 성향 예멘 후티 반군이 자신들에 대한 어떠한 공격도 '참혹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밝혔다. 홍해 민간 선박에 대한 후티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함대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운 미국을 사실상 겨냥한 경고였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 정치국원인 알리 알카붐은 전날 밤 레바논 알 마야딘 방송에 “어떠한 적대적 움직임에도 대응할 모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 또는 서방에서 어떤 위협이 와도 팔레스타인의 대의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미국이 홍해에서 후티의 공격에 대응하기 동맹국들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나선 가운데 나왔다. 현재 미국의 주도로 이 지역 해양 안보를 담당하는 연합해군사령부(CMF) 함대 예하 CTF-153을 확대하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CMF는 미국 주도로 한국, 일본 등 총 39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 해군 연합체로, 바레인 마나마에 위치해 있다.

후티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스라엘 소유나 이스라엘행 민간 선박 공격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에는 전쟁과 관계없는 선박 역시 홍해에서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겠다고 경고한 뒤 노르웨이와 홍콩 선적 화물선에 미사일 공습을 가했다. 전날 홍해의 입구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라이베리아 선적 화물선 두 대가 후티의 공격을 받았다.

수에즈 운하와 이어져 있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30%와 상품 무역량의 약 12%를 차지하는 주요 해상 수송로로 알려져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후티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쟁을 끝내도록 압박하기에 좋은 지정학적 위치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이란이 ‘종전 압박용’으로 이들을 활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동시에 후티가 공격 과정에서 오판할 가능성이 크며, 이란이 원치 않는 수준으로 지역 전쟁을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비영리기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국장인 알리 바에즈는 “잃을 것이 거의 없는 후티 같은 단체가 정교하게 (전략을) 조정하기는 어려운 게임이다. 전쟁이 더 길어질수록, 긴장 고조의 위험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