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격퇴하는 데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자리에서다. 미국은 정밀하고 제한된 규모로 가자지구를 향한 공격을 전환하라고 요구했으나, 이스라엘은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갈란트 장관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을 방문한 설리번 보좌관과의 각각 회담을 가졌다. 갈란트 장관은 “하마스는 10년 이상 지하와 지상에 (전쟁)인프라를 구축해 왔다”며 “하마스 격퇴를 위해서는 수개월 이상의 오랜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승리할 것이며 그들을 무찌를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가 제거될 때까지, 절대적인 승리를 거둘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스라엘 총리실은 전했다.
가자지구 전쟁이 길어지고, 민간인 피해가 늘면서 미국은 최근 이스라엘에 브레이크를 거는 모양새다. 설리번 보좌관은 회담 이후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진행 중인 고강도 군사작전을 더 정밀하고 제한적인 단계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브리핑에서 “설리번 보좌관이 (이스라엘과)가까운 미래에 고강도 작전에서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하는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미국 CNN 방송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에 가능하면 연내에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하기를 바란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행정부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저강도 전쟁은 직접적인 군사 공격 대신에 정치나 경제, 심리적 수단으로 싸우는 것을 의미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전날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면서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에 정책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엘리 코헨 이스라엘 외무장관은 “국제사회가 우리를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CNN은 “미국·이스라엘 간 균열이 대중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했다”면서 “굳건했던 두 동맹 간의 견해 차이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이날 하마스는 가자지구 휴전을 위한 진지한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독일 dpa 통신은 하마스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카타르와 이집트 관리들이 하마스를 대신해 이스라엘, 미국과 휴전 협상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지난달 24일부터 일주일간 임시 휴전을 했으나, 추가 협상이 결렬되며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남부를 중심으로 군사 작전을 재개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