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에 반기 드는 네타냐후… '국내 지지율 상승' 노린 승부수인가

입력
2023.12.14 19:30
바이든 "국제사회 지지 잃는다" 질책에
네타냐후 "압력? 전쟁 끝까지 할 것" 반박
"정치적 이익 노리고 미국과 갈등 연출"

“국제적인 (휴전) 압력을 감안해서 이렇게 말하겠다. 우리는 끝까지 갈 것이다.”

13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전쟁과 관련해 내놓은 발언이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강경 일변도 군사 작전을 두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고 질책한 데 대한 반박이라는 해석이 많다. 외신들은 “양국 정상 간 균열이 선명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최우방 국가’인 미국 정상과 각을 세우려 드는 이유는 뭘까. 이날 미국 뉴욕타임스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갈등을 고조시킴으로써 국내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네타냐후, 나라 무너져도 "내 권력이 최고"

지난해 말 재집권에 성공한 네타냐후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관계는 애초부터 좋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의 권력욕 때문이다. 미국은 2019년 뇌물 혐의로 기소된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이스라엘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봤다. 부패 스캔들을 둘러싼 사회 분열 탓에 최근 5년간 총선 4번을 치른 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해 12월 극우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사법부 장악에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이스라엘 신임 총리를 취임 직후 미국 워싱턴 백악관으로 초청하던 전통을 깼고, 올해 9월에야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났다.

그러다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두 정상은 급속히 밀착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같은 달 18일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해 네타냐후 총리를 껴안은 게 대표적이다. 전쟁 국면에서 ‘다른 사안’은 뒤로 미루자는 신호였는데, 네타냐후 총리는 이때에도 정치적 입지 강화를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차기 총리로 부상하던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를 전시 내각에 영입하고, 자신은 총리직을 유지했다. 간츠 대표의 지지율은 50%대, 네타냐후 총리는 약 25%다.

이스라엘인 52% "미국 지원 잃더라도 팔 몰아내야"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 생명 연장을 위해 미국·이스라엘 관계도 희생시킬 수 있다고 본다. 이스라엘 칼럼니스트 나훔 바니아는 현지 매체 예디오트아로노트에 “네타냐후는 안보와 대(對)미국 관계에서 실패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결사 반대’에선 성공할지 모른다"고 짚었다. '처세의 달인' 네타냐후 총리가 자국 내 팔레스타인 적대 여론에 편승하기 위해, 전쟁 강도를 낮추라는 미국에 맞서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실제 이스라엘 현지 여론에선 대미 관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지난 5일 이스라엘민주주의연구소(IDI)에 따르면, ‘미국 지원을 받기 위해 두 국가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는 데 반대한 유대계 이스라엘 응답자 비율은 52%에 달했다. ‘전쟁을 지속해야 한다’는 답변은 무려 82%였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의 승부수가 통할지는 미지수다. 같은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 72%는 ‘전쟁 종료 후 안보 실패 책임자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발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스라엘인의 ‘반(反)팔레스타인’ 정서가 ‘친(親)네타냐후’ 분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재로선 별로 없는 셈이다.

김현종 기자
권영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