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마약 투약 의혹을 받은 K팝 스타 지드래곤(본명 권지용)의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기로 했다. 혐의 입증이 안 된 상태에서 경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면서 당사자는 막대한 피해를 겪었다. 기본적인 인권 문제이기도 하지만, 수사기관이 연예인을 손쉬운 먹잇감으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13일 권씨의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다음 주쯤 불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권씨의 모발·손톱·발톱에서 마약 성분이 발견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참고인 조사에서도 혐의를 입증할 진술을 확보하지 못했다.
10월 25일 경찰이 권씨의 입건 사실을 공표한 뒤 두 달 가까이 수사가 진행되면서 권씨는 큰 타격을 받았지만, 경찰은 “무리한 수사는 아니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김희중 인천경찰청장은 “권씨의 마약 투약 혐의에 관한 상당히 구체적인 제보가 있었다”며 “수사에 착수해 혐의가 없으면 없다고 밝히는 것도 경찰의 의무”라고 설명했다. 그 자체로 틀린 말은 아니나, 제보 단계에서 피의사실을 공표하면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서는 반성을 회피하고 있다.
경찰이 “구체적인 제보”라고 표현한 부분도 추가적인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 해당 진술의 실체에 대한 보도가 엇갈리는 가운데, 마약 전과자의 추측성 진술이어서 법원에서 압수영장까지 기각될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이 입건 사실을 밝힌 후 권씨의 이미지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명예훼손성 보도가 줄을 이었고, BMW코리아는 공식 채널에서 권씨가 모델로 등장한 광고 영상을 삭제하거나 비공개로 전환했다. ‘아니면 말고’ 식의 수사가 가하는 피해를 경찰은 깊이 새겨야 한다. 더구나 K팝은 세계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서, 이런 식의 수사는 K팝 산업에 대한 타격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검찰과 경찰을 막론하고 수사기관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는 땅에 떨어진 상황이다. 권력에는 몸을 낮추면서 힘없는 사람들이나 연예인에게만 손쉽게 칼을 휘두른다는 비판을 경청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