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의 범인들이 대법원에서 나란히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2001년 발생한 이 사건은 21년간 미제로 남아있다가 지난해 유전자 정보(DNA)가 발견되면서 전모가 드러났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승만(53)과 이정학(51) 두 사람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14일 확정했다.
이들은 2001년 12월 21일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차를 승용차로 가로막은 뒤, 현금 3억 원이 든 가방을 빼앗아 도망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 당시 은행 출납과장을 권총으로 쏴 살해한 혐의도 있다.
범행 현장에서는 별다른 증거가 발견되지 않아 사건은 미제로 남겨졌다. 그러나 범행 차량에서 발견된 마스크와 손수건에 묻은 DNA가 지난해 충북의 불법게임장에서 나온 이정학의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찰은 사건 발생 7,553일 만에 두 사람을 검거할 수 있었다. 원래 이 사건의 공소시효는 2016년 완성될 예정이었으나,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일명 태완이법)이 2015년 통과된 영향으로 두 사람을 법정에 세울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재판에서 '내가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상대를 향한 폭로가 이어지면서 이들이 범행 두 달 전 순찰 중이던 경찰관을 차량으로 들이받은 후 권총을 빼앗은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들은 은행에 타고 갈 차량을 훔치고 복면을 준비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권총을 쏜 주범이 이승만이라고 보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정학에게는 범행에 가담한 책임을 물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당시 "(이정학이) 이승만의 지시에 따라 범행의 보조적 역할을 수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2심 역시 이승만을 주범으로, 이정학을 가담자로 본 판단은 유지했다. 다만 "강도살인의 법정형은 사형과 무기징역형"이라며 이승만뿐만 아니라 이정학에게도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2심 재판부는 "이정학 역시 범행 성공에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역할을 했으므로 죄책이 이승만보다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이 판단이 옳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