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정부의 전유물이던 우주개발 사업에 지방자치단체들이 속속 뛰어들고 있다. 주로 인공위성 개발에 나서고 있는데 위성을 통해 지역의 각종 데이터 수집 등에 활용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다.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지자체는 경남 진주시다. 2019년 한국산업기술원 우주부품시험센터, 경상국립대와 함께 지구 관측위성 개발에 나선 진주시는 지난달 12일 '진주샛-1'을 발사했다. 지자체 주도로 개발한 위성을 발사한 첫 사례다. 진주셋-1은 진주시가 15억 원을 들여 개발한 2U(1U는 가로·세로·높이가 10㎝) 규모의 초소형 큐브위성.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스페이스X 팰컨9 발사체에 실려 발사됐으나 궤도 진입에는 실패했다. 진주시는 아쉬움 속에서도 '절반의 성공'으로 자평하고 있다. 이에 50억 원을 투입해 후속사업인 '진주샛-2'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진주샛-1보다 3배 큰 6U 크기다.
부산시도 2019년부터 해양미세먼지 정보를 수집하는 12U 규모의 소형 위성 '부산샛'을 개발 중이다. 부산샛은 부산시가 정부 지원을 받아 182억 원을 투입해 해양 공간 정보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사업의 핵심 프로젝트로, 한국천문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편광카메라가 장착된다. 위성개발에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이미 초소형 인공위성 개발에 성공한 부산지역 스타트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가 참여하고 있다. 사업을 진행하는 부산테크노파크 관계자는 "당초 올해 위성을 발사하려 했지만, 기술적인 보완과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내년으로 시기를 늦춰 잡았다"며 "현재 막바지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과학도시' 대전도 소형 위성 개발에 합류할 예정이다. 대전시는 내년부터 총 92억 원을 들여 2026년까지 5~6U 규모의 소형 통신 위성을 개발하는 '대전샛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다. 대덕연구개발특구와 우주항공업체 등이 포진한 이점을 충분히 활용해 차별화된 초소형 통신 위성을 쏘아 올리는 게 목표다. 대전시 관계자는 "제작부터 발사, 관제까지 모든 과정을 지역에서 주도하는 것은 최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자체들이 소형 위성 개발에 나서는 것은 위성을 통해 획득한 정보를 행정에 다양하게 활용하는 데 더해, 관련 산업 육성을 통해 지역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과거 조선업과 철강업 중심도시였다가 우주산업 육성을 통해 유럽의 우주산업 허브가 된 영국 글래스고(Glasgow)가 모델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위성 개발 과정에서 지역 기업들이 기술과 경험을 쌓게 되고 발사 성공 경험까지 갖게 되면, 규모와 영향력을 갖춘 '앵커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며 "관련 산업 발전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인재 양성 등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전문가들도 지방 정부의 위성 개발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정률 KAIST 항공우주공학과 학과장은 "항공우주 분야의 문턱이 낮아져 민간 부문은 물론, 지방 정부들의 접근성이 좋아졌다"며 "우주산업, 특히 위성 개발은 큰 공간이 필요 없는 연구개발 집약 산업으로 소재·부품·장비와 위성 활용 산업 등에 지방에서 선제적으로 투자 유치를 하고 육성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지자체들이 위성 개발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형 발사체 기술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위성 발사는 당분간 해외 발사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발사체 이용 비용에 위성을 쏜 뒤 후처리까지 의무화하려는 논의도 국제사회에서 시작되는 분위기라, 향후 회수 비용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최진혁 충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식과 자본이 집약된 위성 개발은 지자체에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가뜩이나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이 무리하게 경쟁만 하다 예산과 행정력을 소모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