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진통 끝 합의… 화석연료와 멀어지기로 했지만 '어떻게'가 안 보인다

입력
2023.12.1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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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여기 산유국에서, 산유국 대표들에게 둘러싸여, ‘석유와 가스로부터 멀어지자’라고 결정을 했다.”(댄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에너지부 장관)

13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타결된 최종 합의문에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이라는 표현이 담겼다. 수십 년간 기후총회가 열렸지만 198개 당사국이 함께 화석연료로부터 멀어지겠다는 다짐을 명문화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이번 총회의 결과 역시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내로 유지한다’는 2015년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합의문은 파리협약 이후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평가하는 ‘전 지구적 이행점검 (Global Stocktake·GST)’ 결과를 바탕으로 세운 추가 과제인데, 정작 구체적 목표는 합의 과정에서 모두 빠졌기 때문이다. 각국이 GST라는 ‘중간과제’에서 감축 목표를 지키는데 실패하면서 집중적인 노력 없이는 2년 안에 1.5도를 넘을 위험이 커졌다. 그럼에도 정작 2030년까지 향후 7년간 수행할 ‘기말과제’가 느슨한 셈이다.

가장 논란이 됐던 화석연료 관련 목표는 ‘질서 있고 공평한 방식으로 현행 에너지 시스템을 화석연료로부터 전환해 나간다’는 문장으로 정리됐다. 쉽게 말해 ‘탈(脫)화석연료’를 한다는 얘기다. 이 부분은 지난 8일 1차 초안에서 ‘화석연료 퇴출’이라고 보다 강하게 표현됐다가 11일 2차 초안에서 ‘감축’이라는 표현으로 바뀌어 논란이 됐다.

이후 각국이 밤샘 협상을 통해 최종 합의문을 도출했지만 여전히 의견은 갈린다. 의장국인 UAE를 포함한 산유국들이 총회 내내 ‘합의문에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은 빼자’고 로비를 한 것에 비하면 큰 성과라는 시선도 있다.

반면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군소도서연합은 우려를 나타낸다. 이들은 특히 화석연료를 즉각 퇴출하기보다는 탄소포집·활용 등의 기술을 활용해 줄여나가자는 내용에 대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노력을 오히려 후퇴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한 전환연료의 역할’이 언급된 것도 산유국의 영향력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합의문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석탄·석유보다 탄소배출량이 적은 천연가스가 전환연료로 주로 언급되기 때문이다.

총회 초반에 합의를 이룬 재생에너지 3배 서약의 내용도 최종 합의문에 담겼다. 다만 1차 초안에는 ‘2030년까지 2022년과 비교해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늘려 1만1,000GW에 도달하고, 에너지 효율은 2배로 늘려 매년 4.1% 수준으로 개선한다’는 등 구체적인 숫자가 들어갔던 반면, 최종안엔 모두 빠졌다.

이는 메탄·아산화질소 등 이산화탄소 외 주요 온실가스 감축 부분도 마찬가지다. 초안에는 온실가스 종류별로 2030년, 2035년 각각의 감축목표를 명시했는데 최종안은 ‘2030년까지 비이산화탄소 온실가스, 특히 메탄 감축에 노력한다’는 문장으로 바뀌었다.

감축 목표를 이루기 위한 금융조달 등 ‘어떻게’가 빠진 점도 합의안의 한계로 지적된다. 카이사 코소넨 그린피스 국제정책조정관은 “이번 협정의 목표는 각국에서 실현돼야 하지만 개도국들은 재생에너지 전환 등에 필요한 자원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지원하기 위한 손실과 피해기금 논의가 있었지만 이행까지는 아직 관문이 많다”고 평가했다.

이번 총회를 통해 화석연료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이 국제사회의 대원칙으로 자리 잡았지만 실행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123개국이 참여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서약 및 22개국이 참여한 원자력 3배 확대 서약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환경부는 “이번 총회에서 우리 대표단은 강화된 기후행동을 촉구하며 신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 활용 등 저탄소기술의 중요성이 결과 문서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정책과 재원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경락 플랜 1.5 활동가는 “우리 정부가 재생에너지 이니셔티브에 이름을 올렸지만 정작 기후대응기금 등 내년도 관련 예산은 대폭 줄었다”며 “협약의 내용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구체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