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1년 사이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용량을 줄이는 '꼼수 인상(슈링크플레이션)' 제품을 37개 적발했다. 이 제품들처럼 주요 생필품의 용량·가격·성분을 변경할 때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으면 앞으로 과태료 처분을 맞는다.
정부는 13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이런 내용의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 결과 및 정보 제공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14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슈링크플레이션을 두고 "정직한 판매 행위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면서 착수한 실태조사 결과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8일까지 진행한 실태조사를 보면 최근 1년간 9개 품목, 37개 제품의 용량이 줄었다. 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 내 가공식품 209개, 슈링크플레이션신고센터 접수 상품 53개, 주요 언론보도 식품 10개의 가격과 용량을 비교한 결과다.
예컨대 풀무원은 올해 3월 한 봉지에 들어 있는 핫도그 개수를 5개에서 4개로 줄였다. 해태제과가 생산하는 '고향만두' 용량은 415g에서 378g으로 37g(8.9%) 쪼그라들었다. 핫도그처럼 제품 속 만두 개수가 감소한 셈이다.
CJ제일제당, 오비맥주는 각각 '백설 그린 비엔나소시지 2개 묶음', '카스 캔맥주 8개 묶음'의 내용물을 올해 들어 축소했다. 견과류 업체 바프사는 16개 제품이나 슈링크플레이션으로 걸렸다. 전체 적발 제품 10개 중 4개꼴이다.
정부가 내놓은 슈링크플레이션 대책은 소비자 알 권리 확대에 초점을 뒀다. 제품 가격, 용량 변경은 제조사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사안이긴 하나,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건 기업의 책임이라는 판단에서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는 주요 생필품 용량·가격·성분 변경 사항을 포장지, 홈페이지 등에 고지하지 않을 경우 '사업자 부당행위'로 보기로 했다. '사업자의 부당한 소비자 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을 통해서다. 이 고시를 어긴 기업은 제품당 과태료 최대 3,000만 원을 내야 한다.
정부는 고시 개정까지 3, 4개월 걸리는 점을 고려해 제품 용량·가격 변경 시 소비자에게 알리도록 유도하는 '자율협약'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형마트 등 대규모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시하는 단위가격 표시의무 품목을 현재 84개에서 더 늘리고, 온라인에서도 같은 제도를 적용할 방침이다.
추 부총리는 "정부는 앞으로 최대한 신속히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이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는 등 변칙적인 가격 인상이 근절되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