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장식이 가장 화려하고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곳은 어디일까. 올해 연말에는 도심 랜드마크에 들어설 '크리스마스 마켓'을 빼놓을 수 없겠다.
인파가 몰리는 광장과 고(古)건물에 오너먼트를 주렁주렁 매단 거대한 트리가 자리 잡고 그 주변을 아기자기한 가판대가 에워싸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본고장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독일 뉘른베르크 얘기가 아니다. 서울 한복판에 등장한, 어딘지 모르게 정겨운 한국판 크리스마스 마켓의 풍경이다.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의 시초가 가족들을 위한 선물을 마련하고 겨울을 나기위한 먹거리를 사고 파는 장터였다면, 한국의 크리스마스 마켓은 다양한 취향이 공유되는 핸드메이드 벼룩시장이 기원이다. 유서 깊은 르네상스풍 건물인 옛 서울역사(문화역서울284)에서 22일부터 사흘간 열리는 크리스마스 장터 '비밀의 성탄역'에서는 현대판 보부상이 모이는 한국식 크리스마스 마켓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라이프스타일숍 TWL과 협력해 엄선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와 공예가 등 90여팀이 정성 깃든 수공예품과 연말 파티를 위한 수제 디저트, 크리스마스 선물을 제안한다.
15일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은 한국 사람이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없는 야시장의 겨울버전에 가깝다. 160여개 소상공 업체가 참여해 크리스마스 느낌이 물씬나는 소품, 생활 잡화를 선보인다. 지난해 시험 운영에서 누린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규모가 2배 이상 커졌다. 올해부터는 레드와인에 과일과 꿀을 넣어 끓인 뱅쇼, 크레페, 추러스 등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의 단골 먹거리와 떡볶이, 호두과자 등 토종 간식을 파는 음식 부스가 들어선다.
유통업체들은 크리스마스 마켓을 이미 '흥행보증 마켓'으로 인식한지 오래. 유럽의 크리스마스 거리를 옮겨 놓은 듯한 사실적인 시설물을 매년 경쟁적으로 선보이며 시즌 이벤트로 활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잠실 롯데월드몰 앞 광장에 대규모 마켓을 조성해 일찌감치 스타트를 끊었다. 광장에는 약 7m 높이의 글라스 하우스(온실처럼 생긴 건축물)에 트리와 전구, 오너먼트 등을 장식해 유럽 크리스마스 마켓의 동화적인 모습을 구현했다.
서울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 마련된 '해리의 꿈의 상점(La boutique d‘Harry)'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11m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와 16개 상점이 있는 거리에 들어가려면 사전 예약이 필요한데 예약이 열리자마자 서버가 다운될 만큼 인기가 높다. 현장 대기 인원도 수 백명에 이른다. 번잡한 도시를 떠나 한적한 분위기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경험하고 싶다면 경기 파주, 김포 등의 롯데프리미엄 아울렛이나 신세계의 시흥 빌리지 등 교외형 아울렛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