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하 터널에 바닷물을 채우기 시작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마스 소탕'을 위해 검토 중인 작전 중 하나로 알려졌는데,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간 세이다.
WSJ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에 대해 알고 있는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하마스 지하 터널 침수 작전'을 개시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IDF는 바닷물을 끌어올 목적으로 지난달부터 총 7대의 펌프를 설치했다. WSJ는 "지하 터널 침수 작업은 몇 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하마스 지하 터널 침수 작전은 앞서 이스라엘도 '긍정적'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헤르지 할레비 IDF 참모총장은 이달 6일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땅굴에 바닷물을 들이붓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자 "적(하마스)으로부터 지하 터널이라는 자산을 빼앗는 것은 우리가 검토 중인 아이디어 중 하나"라고 말했다. 명확히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해당 작전을 고려 중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지하 터널이 침수되면 이곳에 숨어 있던 하마스 대원들이 지상으로 올라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스라엘로선 이들을 제거하는 게 용이해진다. 가자지구의 지하 터널은 하마스의 무기 저장고로도 활용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은 "기밀 작전"(국방부 장관 대변인)이라는 이유로 작전 실행 여부 등은 밝히지 않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그러나 '지하 터널에 바닷물을 채우는 건 위험하다'는 우려가 여전하다. 하마스가 지난 10월 7일 납치한 인질이 터널 안에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인질들의 피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가자지구 식수와 토양을 오염시켜 더 큰 참사를 야기할 수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존 알터만은 "터널의 투과성, 바닷물이 토양 및 기존 상하수 인프라와 지하수 저장고, 건물의 안정성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짚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