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지역 '형사 사건 브로커' 성모(62)씨가 2021년 11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당시 윤석열 후보 선출을 돕기 위해 선거인단에 참여할 신규 당원을 모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씨가 검찰과 경찰뿐만 아니라 정치권 인사들과도 인맥을 형성해 왔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셈이다. 이를 두고 지역 정치권 등에선 "도대체 브로커의 손길이 어디까지 뻗친 것이냐"는 반응이 나온다.
13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성씨는 윤 대통령이 야권 유력 대권 주자 시절인 2021년 7월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하자 그를 돕기 위해 신규 당원을 모집했다. 당시 성씨는 지인 등을 대상으로 당원 모집 활동을 벌여 수백 명의 입당 원서를 확보했다. 성씨가 모집한 당원 중엔 자신에게 경찰 수사 무마 청탁 명목으로 2020년 1월~2021년 8월 18억5,450만 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가상화폐 투자 사기범 탁모(44·구속 기소)씨와 그의 동생(41)이 포함돼 있다. 성씨 아들(29)도 입당 원서를 작성해 당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씨가 뭐라고 하면서 국민의힘 입당 원서를 써달라고 했냐'는 질문에 탁씨 동생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현재 검찰 수사 단계여서 이것저것 말하기 그렇다(어렵다). 죄송하다"고 말을 아꼈다.
성씨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이 치러지기 한 달 전까지 신규 당원을 최대한 끌어모았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국민의힘은 경선 흥행을 위해 신규 당원이 당비 1,000원만 내면 투표권을 갖도록 선거인단 자격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각 후보들마다 신규 당원 모집에 열을 올렸다. 국민의힘 당비 납부일이 매월 10일이고 대선 후보 경선이 2021년 11월 5일 치러진 점을 감안하면, 성씨는 그해 10월 5일까지도 당 대선 후보 경선용 선거인단을 모집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성씨의 한 지인은 "성씨가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떠들고 다녔다"고 전했다. 다만 성씨가 국민의힘 당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성씨가 전국 단위로 모집한 입당 원서는 윤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광주 지역에 자생했던 외곽 지원 조직(지지 모임)을 통해 국민의힘 측에 전달됐다. 이 지지 모임은 올해 6월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로 확대·개편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성씨가 (윤 후보에게) 우호적으로 당원을 모집해 준 게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이걸 이유로 성씨가 뭘 청탁을 하거나 (성씨와 무엇을) 논의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