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석열계 핵심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전격적인 총선 불출마 결정은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현 정부의 창업공신인 장 의원이 윤 대통령과 교감 없이 불출마라는 정치 인생의 승부수를 던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이 원한 '당의 혁신'에 장 의원이 극적으로 호응한 모양새라, 향후 여권 내에서 '장제원' 이름 석 자가 다시 회자될 시간이 멀지 않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희생을 요구한 지난달부터 윤 대통령과 장 의원 간 교감에 시선이 집중됐다. 지난달 11일 장 의원이 지역구(부산 사상) 외곽조직인 여원산악회 행사에 92대의 버스에 4,000여 명의 회원을 동원해 세 과시에 나설 때만 해도 "장 의원이 ‘윤핵관 해체’를 선언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여권 안팎에서 제기됐다. 장 의원도 12일 불출마 기자회견 직후 "대통령이 제 정치 인생을 좌우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불출마 시점을 고려하면 장 의원이 윤 대통령이 원한 '당의 혁신'을 가장 극적인 방법으로 달성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지난 8일 윤 대통령은 김기현 대표,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 "당 혁신은 앞으로 계속돼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혁신위가 활동을 마무리하는 날 장 의원이 불출마를 시사했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장 의원과 친분이 있는 한 여권 관계자는 이날 “장 의원이 처음에 세 과시 사진을 올려 이슈를 만든 건 자기가 이룬 정치적 자산을 모두 버려야 하는 속상함을 피력한 것"이라며 "오히려 서사적으론 윤 대통령 주변의 핵심 참모를 향해 ‘이렇게까지 희생을 할 수 있는데 당신들은 뭘 할 수 있느냐'며 혁신에 동참하라는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윤 대통령과의 관계가 틀어지지 않은 장 의원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수도권과 함께 총선 위기론이 대두한 부산 선거에서 백의종군 가능성이 있다. 실제 부산 선거를 이끌 마땅한 당의 간판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장 의원이 위기를 극복하고 존재감을 발휘한다면, 윤석열 정부 임기 안에 치러지는 2026년 지방선거에서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로 부상할 수 있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만약 이번의 희생을 발판 삼아 총선 승리를 이끈다면 윤 대통령에겐 가장 고마울 수밖에 없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면서 "윤 대통령 성격상 그런 측근을 그냥 두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