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시즌 후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 의사를 공개적으로 드러낸 김혜성(25·키움)은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빅리그 골드글러브를 수상한 김하성(28·샌디에이고)의 후계자로 꼽힌다. 내야 어느 포지션이든 전천후로 뛸 수 있는 수비 실력에 빠른 발, 준수한 타격을 갖춰서다.
실제 김하성은 “비슷한 나이대의 선수들과 김혜성은 다르게 느껴진다”며 예비 빅리거로 콕 찍어 언급하기도 했다. 넥센(현 키움)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 김하성이 큰 무대로 향하고, 입단 동기 이정후(25)도 빅리그 진출을 눈앞에 두면서 프로야구 정상급 내야수로 거듭난 김혜성의 시야도 넓어졌다.
지난 5일 키움의 퓨처스리그(2군) 훈련장인 경기 고양 국가대표야구장에서 만난 김혜성은 “야구를 보다 넓게 접하면서 꿈이 커졌고, 마침 내년 시즌을 마치면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자격을 얻게 됐다”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두 대회를 연달아 국가대표로 뛰다 보니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마음이 굳어졌다”고 밝혔다.
김혜성은 현재 주 포지션인 2루수보다 유격수에 대한 애착이 크다. 2루수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골든글러브, 올해 신설된 수비상을 받은 만큼 익숙한 환경에서 2024시즌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수비 범위가 보다 넓은 유격수를 맡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빅리그에 가기 전 자신의 가치를 더욱 높이려는 포석도 있다. 김혜성은 2017년 프로 입단 전까지 주 포지션이 유격수였고, 청소년 대표팀 시절에도 이정후, 박성한(SSG)을 제치고 주전 유격수를 꿰찼다. 다만 포지션 변경에 대해 김혜성과 면담을 나눈 홍원기 키움 감독은 신중함을 유지하고 있다.
김혜성은 “수비는 어디든 다 좋다. 쉽지 않지만 2020시즌에 좌익수도 봤다. 유틸리티 플레이어를 원한다”면서도 “풀타임 2루수를 2년 해봤으니까 다시 유격수를 가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있다. 유격수에 있을 때 팀 동료들을 다 볼 수 있고 가장 재미있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김혜성이 주전 유격수로 안 뛴 건 아니다. 프로 데뷔 후 2루수와 유격수를 오가던 김혜성은 김하성이 메이저리그로 떠난 후인 2021시즌 유격수에 전념했다. 하지만 113경기를 소화하면서 실책을 29개나 쏟아냈다. 10개 팀 주전 유격수 중 최다 실책이었고, 수비율(0.943)도 꼴찌였다. 그해 빼어난 타격, 주루 성적 덕분에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았지만 이듬해 2루수로 이동했다.
그렇다고 두려움은 없다. 김혜성은 “풀타임 유격수를 처음 해보는 선수 중에 실책 없는 선수는 없다”며 “이미 지나간 일”이라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이어 “수비는 경험도 중요하지만 꾸준히 발전하는 게 더 중요하다”면서 “연습을 열심히 많이 하고, 플레이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김혜성은 수비뿐만 아니라 타격도 부쩍 늘었다. 3년 연속 3할 타율을 찍고 150안타 이상을 쳤다. 올 시즌에는 타율 0.335(3위)에 186안타(2위) 104득점(2위) 등의 성적을 남겼다. 타격 지표는 개인 최고를 찍었지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2등은 기억해주지 않는다”며 “내년 1등을 하기 위해 준비하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구체적인 보완 방법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타격 관련 모든 걸 바꾸려고 한다”며 “타격 메커니즘이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다”고만 말했다. 또한 “장점인 주루 플레이를 부각시키려고 한다”며 “단타가 될 것을 장타로 만들기 위해 잘 달리겠다”고 덧붙였다.
김혜성은 아직 빅리그 진출과 관련해 구단과 공식적인 면담을 나누지 않았다. 하지만 이정후가 지난해 12월 19일 구단 측에 미국 진출 의사를 전달하고, 이듬해 1월 2일 구단이 승낙했던 사례를 비춰볼 때 김혜성도 같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김혜성은 “최종 꿈도 꿈이지만 앞에 있는 꿈이 먼저”라며 “올해보다 내년 시즌 잘하는 게 현재로서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키움은 내가 없어도 잘하는 팀”이라며 “(최)주환 선배, (이)원석 선배, (이)형종 선배 등 좋은 선배들이 많기 때문에 나는 어린 친구들만 잘 챙기면 될 것 같다”고 베테랑들을 신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