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총선 성격인 홍콩 구의원 선거가 10일 치러진 가운데 750만 홍콩 특별행정구 주민들은 중국 본토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미국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콩인의 74%가 중국에 대해 정서적으로 애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결과는 올해 6~9월 홍콩 성인 2,012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구체적으로 30%는 중국에 대해 “매우 친밀감을 느낀다”(Very)고 답했고, ‘어느 정도 친밀감을 느낀다’(Somewhat)는 답변도 44%에 달했다. 그럭저럭(Not Very)은 18%, 전혀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Not at all)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퓨리서치센터는 “연령별로는 35세 이상이 젊은 층보다 중국에 친밀감을 더 많이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홍콩 시민들은 자신이 중국인이라고 생각할까. ‘내 정체성은 대체로 중국인’(Primarily Chinese)이라고 답한 비율은 응답자의 10%, ‘대체로 홍콩인’이란 답변은 36%였다. ‘양쪽 모두’(Both)라는 답변이 53%로 가장 많았다. 역시 34세 이하 젊은 층에서 ‘나는 대체로 홍콩인’(55%)이라는 답변이 많았다.
특히 절반에 가까운 48%가 홍콩에 미치는 중국의 힘과 영향력에 대해 '주요한 위협 요소’(Major threat)라고 판단했다. ‘사소한 위협 요소’(Minor threat)라고 본 홍콩인은 22%,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고 보는 홍콩인은 29%였다. 퓨리서치센터는 “‘미국이 홍콩의 주요 위협 요소’라고 보는 홍콩인은 37%, ‘러시아가 주요 위협 요소’라고 본 홍콩인은 17%였다”고 설명했다.
현 홍콩 상황에 대해 홍콩인들은 어떻게 판단하고 있을까. 중국은 1997년 7월 1일 홍콩을 반환받으면서 2047년 7월 1일까지 △홍콩인에 의한 지배 항인치항(港人治港) △영국의 사회시스템을 유지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 △중국 간섭을 받지 않는 자치 사회 건설 고도자치(高度自治)를 약속했다. 홍콩인의 32%는 ‘만족한다’고 했고, 24%는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그리고 45%는 ‘만족도, 불만족도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이번 2023 홍콩 구의원 선거는 선거제도 개편으로 범민주 진영이 후보를 내지 못하고 직선제 선출 의석수(구의회 470석 중 88석ㆍ19%)도 대폭 줄어든 가운데 진행됐다. 중국이 2021년 ‘애국자’만 출마하도록 선거제도를 개편한 후 치러진 첫 구의원 선거로, 당선자보다 투표율에 관심이 더 쏠렸다.
홍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3 구의원 선거 최종 투표율은 27.54%로 역대 홍콩 선거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 이후 가장 낮았던 투표율은 2021년 12월 입법회(의회) 의원 선거의 30.2%였다. 거센 반정부 시위 물결 속에 진행됐던 2019년 구의원 선거(71.23%)와는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홍콩 당국이 이례적으로 대대적인 투표 캠페인을 펼치고, 갑작스러운 전산 고장으로 투표 시간이 연장됐는데도 30%를 넘기지 못했다. 선거 결과에 대한 정당성에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