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장제원 불출마, 꺼져 가는 혁신 불씨 돼야

입력
2023.12.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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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석열계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어제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지도부와 영남 중진, 친윤 핵심 등에 당 주류의 희생을 요구한 지 39일 만에 나온 첫 화답이다. 여권에서 장 의원의 입지를 감안하면, 이번 불출마 선언이 여권 주류 거취와 내년 총선 공천에 미칠 파장은 작지 않을 것이다.

"나를 밟고 윤석열 정부를 성공시켜 달라"는 장 의원의 불출마는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는 한 달 전만 해도 혁신 요구에 아랑곳없이 관광버스 수십 대를 동원한 지지모임 행사를 열고 지역구 사수를 외치며 세를 과시했다. 그러는 동안 동력을 상실한 혁신위는 조기 종료했다. 김기현 대표 등 지도부와 친윤 핵심들은 대중에게 혁신을 거부하는 세력으로 각인됐다. 서울 49개 지역구 중 6곳만 우세하다는 국민의힘 자체조사와 내년 총선에서 '정권견제론'이 과반이었던 지난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는 여권 내 총선 위기의식을 증폭시켰다.

장 의원의 불출마 결정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시각도 있다. 만약 그렇더라도 여권을 일신하는 혁신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면, 그의 불출마를 평가절하할 이유가 없다. 그의 불출마로 혁신위로부터 희생 요구를 받아온 지도부와 중진, 친윤 의원들도 어떤 식으로든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당내에서 거취 결단 요구가 제기된 김 대표는 '사즉생의 각오'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책임론이 불거지자 '전권 부여'를 앞세워 혁신위를 출범시킨 이가 김 대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을 겨냥한 혁신안을 외면하면서 혁신위를 좌초시킨 책임이 가장 크다.

여권의 혁신은 야권의 혁신을 추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혁신은커녕 계파갈등조차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총선에 앞서 여야가 혁신 경쟁에 나서 양극화된 정치에 등을 돌린 유권자들의 관심을 되찾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