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다 함께 사즉생" 사퇴 일축... 초선들은 "자살 특공대" 엄호

입력
2023.12.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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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용퇴 요구 사실상 거절
김석기 "당 지지율 하락은 비주류 책임"
초선들, 비주류 겨냥 "자살 특공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1일 당 안팎의 압박을 일축했다. 초선 의원들은 지도부 용퇴를 요구한 비주류를 '자살 특공대' '내부 총질'이라고 저격하며 진압군을 자처했다. 이로써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김기현 체제로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 2020년 총선 당시 강성 보수 전략을 고수하다 참패한 황교안 지도부의 '시즌2'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기현 "우리 모두 기득권 내려놓자"

김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저를 비롯한 우리 당의 구성원 모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사즉생의 각오로 민생 경제를 살리라는 국민의 목소리에 답하겠다"고 말했다. 인요한 혁신위가 당 지도부 등의 불출마 내지 험지 출마를 요구하며 최고위에 보고한 것에 대한 김 대표의 공식 답변이다.

김 대표는 '사즉생'을 언급했다. 하지만 책임 주체를 '모든 구성원'으로 넓혀 자신을 겨냥한 용퇴 요구에는 선을 그었다. 부산·경남(PK) 지역 초선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모두의 책임이란 건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는 뜻"이라며 "아무것도 내려놓지 않고 울산 지역구에도 재출마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 대표 용퇴론은 총선 4개월을 앞두고 정체된 당·대통령 지지율에 대한 책임 추궁 성격도 있다. 김 대표는 3월 전당대회 출마 당시 당 지지율을 55%,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6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했지만 최근 한국갤럽 조사에서 당과 윤 대통령 지지율은 각각 35%와 32%에 머물러 격차가 크다.


김기현 비호 나선 영남권 의원들

지도부는 지지율 하락 책임을 되레 비주류에 돌렸다. 대구·경북(TK) 지역구 재선인 김석기 최고위원은 회의에서 “현실성과 대안 없는 당 지도부 흔들기 발언들을 당내에서 자꾸 하니까 국민들께서 당과 지도부를 불신하게 돼 당 지지율이 떨어진다"면서 “자중지란 일으키지 말고 김 대표 중심으로 모두가 심기일전으로 똘똘 뭉치자”고 주장했다. 김 대표와 가까운 원외 김가람 최고위원도 "도대체 당대표가 물러나는 데 어떤 혁신과 전략이 있느냐"며 대표 퇴진을 요구한 서병수·하태경 의원을 공개 비판했다. 서울 광진갑 당협위원장인 김병민 최고위원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지도부 중 어느 누가 혁신위의 희생 요구에 대체 답을 내놨단 말이냐”며 지도부 용퇴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배현진, '황교안 시즌2' 우려도

초선 의원들은 '김기현 홍위병'으로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단체 텔레그램 방에서 원색적 표현으로 비주류를 공격했다. 최춘식 의원(경기 포천가평)은 “자살 특공대는 불난 집에 부채질로 끈임없이 지도부를 흔든다”고 쏘아붙였다. 최 의원은 통화에서 "(서병수·하태경 의원 등) 중진들이 너무 본인들 입지에 맞춰서 지도부에 시간도 주지 않고 험한 말로 흔드는 것이 문제라는 생각에 썼다"고 말했다. 강민국 의원(경남 진주을)은 텔레그램 방에서 “소속 정당에 좀비 정당이라는 망언을 해가며 당을 흔들려는 자가 진짜 X맨”이라고 주장했고, 이용(비례) 의원은 "혁신을 볼모로 권력 투쟁을 하려는 움직임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한목소리를 냈다. 윤두현(경북 경산) 의원은 “어떤 분열도 나쁘다”고 강조했고, 전봉민(부산 수영) 의원은 “신뢰와 단합이 혁신의 시작”이라고 가세했다. 한 중진 의원은 "초선을 앞세워 중진 의원을 망신 줘서 입 다물게 하는 홍위병과 같은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반대 목소리를 누르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비치는 김 대표 체제가 공고화한다면 지난 총선에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의 참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영남당의 한계와 수직적 당정관계를 방치한 채 '이재명 때리기'에만 사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현진(초선·서울 송파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김 대표 사퇴론과는 거리를 두면서도 “대통령 측근을 자처하는 비수도권 조언자들과 김 대표 측근들의 현실 모르는 전략 조언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며 “김 대표가 황교안 시즌2로 전락하지 않기를 염원한다”고 썼다.

이성택 기자
나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