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부는 집단적 노력의 결과라 믿는다"

입력
2023.12.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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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8 맥킨지 스콧의 박애주의

20세기 미국 박애자본주의를 선도한 이가 굴지의 사업가가 아니라 사업가(Russel Sage)의 아내였던 마거릿 올리비아 슬로컴 세이지(Margaret Olivia Slocum Sage)였고, 그가 막대한 유산으로 1907년 ‘러셀 세이지 사회개혁재단’을 설립한 뒤에야 카네기재단(1910)과 록펠러재단(1913)이 출범한 사실을 소개한 바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전 부인 맥킨지 스콧(MacKenzie Scott, 1970~)은 마거릿 세이지 이후 약 100년 만에 혜성처럼 등장해 박애주의의 새로운 가치와 전통을 개척해온 인물이다.

프린스턴대에서 문학을 전공한 스콧은 베이조스가 온라인 도서유통회사 ‘아마존’을 설립하기 1년 전인 1993년 그와 결혼, 아마존의 1호 직원이자 실질적인 경영파트너로서 오늘의 아마존을 일군 주역이다. 그는 네 아이를 두고 2019년 이혼하며 아마존 지분 4%를 위자료로 받았다. 당시 기준 약 383억 달러였던 주식 가치는 근년 기준 약 2배로 불어났다.

이혼 직후 워런 버핏의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즉 재산의 최소 절반을 기부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한 그는 2,3세가 대대로 기부자로 살 수 있게 해주는 ‘재단’이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매년 빌 게이츠나 일론 머스크에 버금가는 수십 억 달러의 돈을 기부해왔다. 법인세 감면 혜택을 위한 것도, 기업-재단 홍보를 위한 것도 아니어서, 그와 소수의 운영팀은 독자적으로 비영리 단체 등을 조사해 대개는 조용히 기부했고, 돈의 사용처를 제한하거나 사용 내역 보고 등 ‘잡무’를 요구하지도 않았다. 기부 서약식 기자회견도 인터뷰도 철저히 사양해왔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2월, 그는 지난 4개월 동안 384개 단체에 42억 달러를 기부했다고 온라인 플랫폼 ‘미디엄’을 통해 조용히 발표했다. “개인의 부는 집단적 노력의 결과라 믿는다"는 그는 “팬데믹 기간에도 억만장자의 부는 크게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