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차가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연말은 고금리·고물가 탓에 취약계층이 체감하는 심리적 추위가 더 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연말은 나눔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경기가 어렵다 보니 쉽사리 지갑을 열기가 부담스럽습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년 기부를 한 적이 있는 사람의 비중은 23.7%로, 10년 전인 2013년(34.6%)보다 10.9%포인트나 줄었다고 합니다. 5월 기준 직전 1년간 기부자 1인당 평균 현금 기부액도 58만9,800원으로 2년 전(60만3,000원)보다 위축됐고요.
하지만 나눔도 '재테크'가 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신가요. 다들 알고 있는 법정·지정 기부금 세액공제는 물론이고, 직·간접적으로 주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투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수익도 꽤 쏠쏠하고요. 무엇보다 투자자가 평소에 관심을 가졌던 사회 문제에 일정 부분이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사회공헌과 수익이란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착한 투자'를 단계별로 알려드리겠습니다.
우선 가장 보편적인 방법부터 소개할게요. 바로 기부금 연말공제예요. 올해 국회의원 정치자금 기부나 국방헌금, 사회복지단체 기부 등을 했다면 연말정산 시 기부금의 15%에 대해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가령 올해 100만 원을 기부했다면, 연말정산 때 15만 원을 절세할 수 있다는 것이죠. 참고로 작년과 2021년엔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20%의 세액공제가 제공됐지만, 올해는 혜택이 다소 줄었습니다.
새로 생긴 세액공제도 있습니다. 본인 주소지가 아닌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해 해당 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고향사랑기부제입니다. 특히 기부금 10만 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데다 기부금의 30% 범위에서 지역 답례품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가령 10만 원을 고향사랑기부제로 기부했다면, 세액공제 10만 원에다 3만 원 상당의 답례품까지 더해 총 13만 원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대 기부한도인 500만 원을 기부할 경우, 90만8,500원은 세액공제로, 150만 원 상당은 답례품으로 받게 돼 총 240만8,500원이 돌아옵니다.
이 정도는 다들 알고 있다고요. 그렇다면 혹시 고향사랑기부제와 연계된 금융상품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나요. 대표적인 게 바로 NH농협은행의 'NH고향사랑기부적금'입니다. 기본금리는 연 3.4~3.7%지만, 고향사랑기부제에 5만 원 이상 기부하면 연 0.5%포인트의 우대이자율을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최고 연 3.9% 금리를 제공하는 NH고향사랑기부예금도 있답니다.
이런 혜택에도 고향사랑기부제 실적은 여전히 저조합니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안전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니, 1월부터 10월까지 고향사랑기부제 참여자는 16만9,310명으로 총 198억7,000만 원이 모였습니다. 1인당 평균 11만7,000원에 불과하네요.
혹시 사회공헌 재테크에 더 관심이 생겼나요. 사실 기부금 세액공제는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 중 하나예요. 예·적금을 통해 우리 주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도울 수도 있답니다.
대표적인 게 신협의 사회적 예탁금입니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 취지에 공감하는 예금주 대상으로 정기예탁금 금리보다 연 0.5%포인트 낮은 금리로 예금에 가입하는 상품이죠. 이렇게 낮춘 금리는 사회적 경제 지원 재원으로 활용됩니다. 여기에 지역신협 또한 예금주가 깎은 금리 0.5%포인트만큼의 금액을 별도로 내놓아요. 총 연 1%에 해당하는 금액이 사회적 경제 지원 재원으로 투입된다는 뜻입니다.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사회적 경제 기업에 저금리 대출을 해 주는 지역신협에 예적금을 가입하는 방법이죠. 현재 신협은 고객 예적금을 기반으로 경기와 충남, 경남에 주 사업장을 둔 사회적 경제 기업에 상생협력대출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남 사회적경제기금 융자사업의 경우 고정금리 연 0.5% 이내로 신용대출은 8,000만 원까지, 담보대출은 5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합니다.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이죠. 다만 내년 12월 27일 전 상환을 해야 합니다.
본격적으로 사회공헌 투자에 뛰어들고 싶나요? 사회·환경문제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업이나 업체를 찾아 직접 투자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를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라고 부릅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자금 조달에 성공한 사회적기업(소셜벤처) 가운데 임팩트 투자 조달금액은 평균 2,739만 원에 달했습니다. 이는 정책자금 융자 등 다른 조달액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입니다.
사실 대부분 임팩트 투자는 정부와 벤처 캐피털(VC) 등에 의해 이뤄집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데다, 투자 규모도 건당 수억 원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소액 투자 중심인 개인이 접근하긴 쉽지 않은 구조죠.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집하는 방식인 '크라우드펀딩'으로 투자한다면 1만 원으로도 임팩트 투자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임팩트 투자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비플러스'입니다. 대출이 필요한 동네 자영업자·소상공인에 투자할 수 있는 데다, 최대 연 9.9%의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장점입니다. 여기에 일정 금액 이상 투자 시 해당 업체의 상품이나 상품권 등을 보상(리워드)으로 받을 수도 있죠. 투자를 받는 자영업자·소상공인은 연 20%에 육박하는 제2금융권 금리보다 저렴한 이자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윈윈'인 구조입니다.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상품 특성상 원금과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잘못 투자했다가 큰돈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겁니다. 실제 비플러스의 경우, 지난달 기준 손실률은 0.79%로 집계됩니다. 최근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불경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손실률이 향후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합니다. 다만 플랫폼은 투자 위험을 낮추기 위해 펀딩 전 재무 심사를 여러 차례 진행하고 있고,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가압류 등 추심도 진행합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임팩트 투자를 하고 싶다면 '어떤 프로젝트에 얼마나 투자해야 하는가'가 가장 큰 고민일 겁니다. 비플러스에 '펀딩 참여 전 살펴봐야 할 세 가지 요소'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첫 번째는 평소 관심이 있던 사회·환경 문제와 관련된 업체를 찾는 겁니다. 만약 젠더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면, 젠더 관련 서적을 큐레이션(선정)해 주는 프로젝트에 투자해 보는 걸 고려하는 거죠. 반려동물이나 발달장애 등 다양한 분야의 임팩트 투자 프로젝트가 있답니다.
두 번째 단계는 해당 업체의 재무를 보는 겁니다. 가장 좋은 것은 영업활동 현금 흐름이 플러스(+)인 곳입니다. 현금이 많이 돌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만일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라고 해도 매출이 늘고 있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투자 상환 가능성도 같이 오르기 때문이죠. 만일 관심을 가졌던 업체 모두 현금 흐름이 좋지 않고 매출도 적자라면, 최근에 투자 유치에 성공한 회사에 투자하는 게 좋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 결정하는 겁니다. '부담 없는' 금액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의 5~10% 정도만 투자해도 좋습니다. 특히 비플러스는 일정 금액별로 쿠폰 등 리워드를 제공하고 있으니, 이 기준에 맞춰 투자금액을 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