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김용균(당시 24세)씨 사망사고에 대한 법적 단죄가 5년 만에 원청인 한국서부발전의 책임은 모두 면책되고 누구도 실형 선고를 받지 않은 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김씨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의 기폭제가 된 사건으로, 이 사건의 결말은 중대재해법의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7일 대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병숙 전 한국서부발전 사장, 권모 전 서부발전 태안발전본부장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그 외 10명의 실무 책임자는 안전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이 인정됐으나 집행유예, 벌금 700만 원 등이 확정돼 실제로 형을 산 사람은 아무도 없다.
발전소에서 컨베이어벨트에 몸이 끼어 사망한 하청 노동자의 이 비극적 사건은 원청 경영자까지 안전의무 조치 책임을 지우도록 하는 중대재해법 제정으로 이어졌다. 법정 형량도 높였다. 올해 3분기까지 통계를 보면, 중대재해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고 사망자는 192명으로 작년 대비 10명 감소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법 시행(지난해 1월 26일) 직후인 2022년 1년 동안 50인 이상 사업장의 사고 사망자가 256명으로 전년보다 8명 증가했다는 이유로 예방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경영에 부담이 된다며 기준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입맛에 맞는 과거 자료만 내밀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도 50인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기간 연장을 적극 추진하며 노동계 반발을 부르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오히려 중대재해법이 적용된 사안도 법원이 집행유예, 벌금형을 남발해 법 취지를 희석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억만금을 줘도 못 바꿀 자식인데, 일하다 죽으면 벌금 몇 백만 원”이라고 분노하는 김씨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의 분노에 숙연해진다.
법원은 중대재해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헌법상 명확성·과잉금지·평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기각한 바 있다. 지금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중대재해법의 후퇴가 아니라, 기업의 안전조치 마련을 지원하며 법의 효용성을 높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