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 달래놓으면 둘째가 '하악!' 3냥이 집사는 어떻게 하나요?

입력
2023.12.07 09:00

A. 안녕하세요 고양이 행동전문가 수의사 김명철입니다. 고양이들의 문제 행동 상담을 하다 보면 다묘 가정에서 고양이간의 관계성 악화 또는 합사 실패 문제를 자주 접하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는 고양이들의 기본 습성을 알고 나면 의외로 이해하기 쉬운데요. 고양이들의 기본 습성과 사연에 대한 솔루션을 설명드리겠습니다.

고양이의 사회적인 특성

현재 집고양이들의 선조격인 아프리카 들고양이(Felis silvestris lybica)는 무리 생활을 하지 않고 단독생활을 기본으로 합니다. 이 고양이들이 무리지어 생활하는 시기는 매우 짧은데요. 이는 어미 고양이 출산 후 새끼들을 독립시키기까지 5개월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독립 후 각 고양이들은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단독 사냥을 하면서 생존하였죠.

하지만 농경시대가 시작되면서부터 고양이들은 사람이 재배한 곡식이 있는 곳 주위로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 구축한 영역보다 창고에 보관된 곡물을 노리는 쥐와 같은 작은 짐승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죠. 이렇다보니 고양이들끼리의 영역이 겹치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는 '무리'로서의 사회성을 가질 필요가 없던 고양이들이 서서히 다른 고양이들과 어울려 지내야만 하는 환경에 놓인 것입니다. 무리 생활을 통해 생존율을 높였던 늑대와는 달리, 먹거리가 몰려 있는 장소를 기준으로 고양이들끼리 경쟁하는 구조가 되어 서로를 경계하거나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쪽으로 의사표현이 발달하였습니다.

무리 생활에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고양이들은 점차 사회성을 개발시키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제공하는 압도적인 먹거리와 더불어 생존율을 높이는 안정적인 생활 환경때문이었죠. 이를 통해 모계사회를 기본으로 암컷 고양이들은 무리를 이루며 공동육아를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의 사회성은 인간 기준으로 보았을 때 매우 빈약하며 사소한 오해로 인해 돌이키기 어려울 만큼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다묘 가정의(3마리 이상)경우 일종의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여겨지는 특발성 방광염 발생률이 높아진다고 하는데요. 이 부분만 보더라도 그들의 미묘한 관계성이 얼마나 아슬아슬한 살얼음판인지 알 수 있습니다. 관계에 대한 경우의 수가 복잡해질 수록 스트레스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을 함께 유추해 볼 수 있죠. 또한 고양이들이 서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보호자의 선택으로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고양이들끼리의 궁합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쉽게 예상해볼 수 있습니다.

고양이 훈련 이전에, '이것'부터 하세요!

현재 사연자분도 3마리 이상의 다묘가정에 해당하기 때문에 언제든 고양이들끼리 관계성 문제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특정 고양이의 성격이 개조되거나, 교육을 통해 행동이 고쳐지기를 바라곤 합니다. 하지만 이는 고양이의 습성 기준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지극히 의인화적 사고방식입니다. 게다가 다 자란 성묘 고양이들의 일반적인 사고 수준은 3살 아이의 수준이므로, 대한민국의 교육 과정을 거친 성인 인간만큼의 사회성을 가지고 생활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양이 습성에 맞게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게 있을까요? 우리는 고양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핵심 영역지에 대한 접근성임을 잊지 말아야합니다. 사람으로 치면 핫플레이스와 같은 것이죠. 예를 들어 사람도 마찬가지로 카페에서 전망이 좋은 자리에 앉고 싶어하고, 자리가 찰 수록 점점 덜 선호하는 자리에 앉게 되죠. 고양이들에게는 먹고 마시는 장소, 화장실, 주변을 살필 수 있는 높은 공간, 몸을 포근히 숨길 수 있는 숨숨집과 같은 공간들이 카페의 전망 좋은 자리와 비슷합니다. 이러한 장소가 각 고양이들에게 충분히 제공된다면 이미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다른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경쟁 상대로 인식할 필요가 없습니다. 누구에게나 충분한 핵심영역지가 준비되어 있기에 다른 곳을 이용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많은 보호자들이 하는 실수 중에 하나가 이런 공간들을 각각의 용도에 맞춰 한 장소에 모아둔다는 것입니다. 분명 우리도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불편한 관계가 있고, 굳이 한 장소에서 밥을 함께 먹고 싶지 않은 타인이 있습니다. 고양이들간의 관계도 그러하기 때문에 핵심영역지는 꼭 여러 장소에 나눠서 배치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다른 고양이가 밥을 먹는 모습이나 화장실에 가는 모습이 다른 밥자리나 화장실 공간에서 보이지 않을 수 있다면 가장 이상적입니다. 이렇게 경쟁하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한 핵심영역지가 적절하게 분산되어 배치 된다면 다른 고양이와 부딪치는 상황을 많이 줄여줄 수 있습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말이 있지만 집에 사는 고양이는 그럴 수 없다는 점을 떠올려 주세요.


다묘가정 집사님, 고양이에게 일정한 사랑을 나눠주세요

다음은 각 고양이들이 매일 일정한 양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지 점검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사냥놀이가 있겠죠. 각각의 고양이가 독립된 사냥놀이의 기회를 받지 못한다면 고양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무기력해지거나 다른 움직이는 대상, 즉 다른 고양이를 괴롭히거나 입니다. 온전히 혼자서 사냥놀이를 할 수 있는 시간이 하루 3번씩은 제공 되어야 하고, 어리고 에너지레벨이 높은 고양이라면 더 많은 기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가 이러한 사냥놀이를 모든 고양이에게 제공할 여력이 도저히 안된다면 차선책으로 집안 곳곳에 먹이퍼즐을 숨겨두거나 캣휠과 같이 고양이들이 에너지 분출을 할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해야만 합니다. 물론 사냥놀이와 이것들을 함께 병행한다면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의 내용들을 다 제공한 상태라면 보호자가 막내 고양이를 제지하고 화장실에서 덮치치 못하도록 막내 고양이를 다른 공간으로 이동시키는 교육이 더해질 수 있습니다. 두 고양이의 관계 개선을 위해 두 고양이가 눈 맞춤을 하는 순간에 가장 좋아하는 간식 제공을 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단, 이러한 행동 수정을 위한 직접적인 교육은 문제개선을 위한 마지막 단추이므로 환경개선과 고양이들의 행복한 일상을 먼저 만들어 주기 위한 보호자의 노력을 우선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명철 VIP 동물의료센터 청담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