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TV와 함께 국내 실시간 인터넷 방송을 사실상 양분하던 아마존 계열 플랫폼 트위치가 2024년 2월 말 한국에서 철수한다. 트위치가 '다른 나라보다 10배 비싼 망 사용료'를 그 이유로 들어 통신사와 콘텐츠 공급자 간 '망 사용료' 논쟁이 다시 불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론 아프리카TV와 유튜브,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는 네이버 등으로 인터넷 방송인들이 이적할 전망이다.
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트위치는 이날 공지 사항과 댄 클랜시 최고경영자(CEO)의 실시간 소통 방송을 통해 내년 2월 27일 한국에서 사업 운영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에선 트위치 방송을 통한 수익 창출이 불가능해지며 한국 내 이용자들도 방송 유료 구독 등 상품을 살 수 없다.
트위치는 공지를 통해 "대부분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가 더 높은 네트워크 수수료로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철수 이유를 밝혔다. 클랜시 CEO는 "방송 화질을 480p(SD)로 낮추거나 해외 망을 통해 한국 시장에 서비스를 지속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그 역시 한국 이용자에 가짜 희망을 주는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트위치의 이번 철수 결정은 갑자기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업계에서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일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트위치는 지난해 10월 방송 화질을 1,080p(풀HD)에서 720p(HD)로 낮춘 데 이어 11월에는 과거 방송 재생(VOD) 및 클립 기능까지 제공을 중단했다. 트위치는 이런 조치들이 비용을 아껴서 한국에서 계속 운영하려는 노력이었다고 설명했다.
트위치의 한국 철수 선언은 인터넷방송 업계에 대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화질 저하나 VOD 기능 제한 등에도 움직이지 않았던 트위치 스트리머들이 이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IT업계에선 경쟁사인 아프리카TV와 라이브 방송을 제공하는 유튜브 등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본다. 네이버 또한 이달 중 새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공개하고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다. 새 서비스의 명칭은 '치지직(chzzk)'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아프리카TV의 주가는 전일 대비 29.91% 오른 상한가로 마감했다.
통신업계에선 트위치가 한국을 떠나면서 망 사용료가 비싸다고 언급한 데 대해 반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지난해 트위치의 화질 제한과 VOD 제공 중단은 넷플릭스 등 외국계 콘텐츠 제공자들의 여론전에서 통신사들을 수세에 몰리게 한 사건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는 넷플릭스가 9월 SK브로드밴드와의 망 사용료를 둘러싼 소송전을 멈추고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등 갈등이 첨예하진 않은 상황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업 간 망 이용료는 이용량이 늘어난다고 무조건 올라가는 게 아니다"라며 "네트워크 비용을 줄이기 위한 콘텐츠 제공사의 기여 등 여러 조건을 따져 산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트위치 주장대로라면 아프리카TV가 인터넷방송 사업을 지속하고 네이버가 새로 뛰어드는 것도 설명이 안 되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클랜시 CEO는 이날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받고 "다른 기업의 계약 내용은 알 수 없다"면서 "아프리카TV는 로컬 기업이니 다른 수익 창출 방안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해외에선 트위치의 경영 상황을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잦아들면서 '비대면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IT 업계 전반에 걸쳐 비용 절감이 진행되는데 트위치도 예외가 아니다. 실제 이 회사는 3월 CEO를 바꾸고 400명 이상을 해고한 데 이어 11월엔 고위 임원 두 명이 물러났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트위치는 생방송 플랫폼이기 때문에 유튜브처럼 광고 수익을 쉽게 내기 어렵다"고 짚었다. 유튜브는 정해진 영상을 제공하는 VOD 방식이라 영상 앞뒤에 광고 표출이나 이를 우회하기 위한 '프리미엄' 구독 수익 등을 내기 쉽지만 생방송 중심인 트위치는 방송 도중 광고 표출을 두고 방송인과 시청자 모두 거부감이 크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콘텐츠 제공사의 CEO가 공개적으로 한국의 망 사용료를 문제 삼은 만큼 콘텐츠사업자 진영의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국회에선 여전히 망 사용료 계약 등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다루고 있고 구글은 통신사에 대가를 따로 지불하지 않는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와 빅테크 간 망 이용대가 논쟁의 불씨는 유럽으로 옮겨붙었다"며 "국내에선 이번 결정의 영향을 받는 인플루언서나 시청자들이 통신사를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