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시조합 회장 선거 앞두고…법인택시업계 고발 등 '내홍'

입력
2023.12.06 12:34
부산, 진주, 창원 진해 등 경찰에 고발
현 회장과 경리직원 업무상 횡령 주장
퇴진 촉구 온라인 서명운동도 진행
내일 선거 실시… 후보 2명 경합 중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회장 선거를 앞두고 출마 후보에 대한 고발이 이어지고, 택시 사업자들의 퇴진 촉구 서명 운동이 벌어지는 등 내홍이 일고 있다.

6일 법인택시업계에 따르면 최근 부산을 비롯한 경남 진주와 창원 진해지역 택시회사 대표 등이 잇따라 현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전국택시조합) 박복규 회장과 경리직원이 업무상 횡령 등을 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고발장을 경찰에 접수했다.

이들은 박 회장 등이 관용으로 등록된 전국택시조합 공제본부 차량을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용하고, 회사차량 사용에 법인카드 등을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박 회장이 공채를 빙자해 자신의 친인척들을 전국택시조합 산하 공제조합에 부정 채용했다는 주장 등이 포함된 고발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전국의 택시사업자 12명은 박 회장 퇴진을 촉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지난 3일부터 진행해 전국 200여 명의 택시사업자의 서명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회장 선거가 열리는 오는 7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전국택시조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회장 퇴진을 촉구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갈등 양상은 1999년 제21대 회장의 잔여 임기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25년 동안 9번 연임을 하고 있는 박 회장과 맞서 선거에 나선 부산택시조합 장성호 이사장이 경합하고 있는 가운데 불거졌다.

박 회장이 오랜 기간 동안 회장을 맡아왔음에도 다시 회장에 출마하자 이에 반대하는 측에서 각종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부산택시조합 이사장 3선에 성공한 뒤 전국택시조합 회장에 출마한 장 이사장은 “현재 회장은 전국택시조합 예산을 부정하게 집행하는 등 각종 문제를 야기해 왔고, 당면한 택시업계의 심각한 현실에 대한 해결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박 회장은 전국택시조합과 전국택시공제조합 법인카드를 별도 증빙 없이 임의로 사용하다 국토교통부 감사관실에 적발돼 경고 조치를 받았고, 운전기사 소득세 원천징수 등을 하지 않아 시정과 주의 조치를 받기도 했다. 국토부 지침을 무시하고 주말에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도 모자라 별도 조직인 공제조합의 법인카드를 쓴 것이 드러나 공제조합 측은 개선 명령을 받아야 했다.

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차례 연락을 시도 했으나 박 회장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는 박 회장과 장 이사장 등 2명이 입후보했고, 전국 16명의 지역조합 이사장과 연합회장 1명 등 모두 17명이 무기명으로 투표한다. 9명 이상 과반수를 얻으면 3년 임기의 회장으로 선출된다.

택시 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 사업체 수 감소, 운전 기사 부족, 선택 근로제 실시 등 업계에 산적해 있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 이번에 선출되면 좋겠다”면서 “경영난으로 고사 위기에 처한 택시 업계에 현실적 대안 마련이 정말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권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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