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중폭 부분 개각을 단행했다. 윤 정부 출범 후 가장 큰 폭의 인적 교체로, 내년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사실상 제2기 내각이 출범하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근 기용된 국방·통일·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을 제외한 나머지 각료 중 절반 정도가 연말까지 추가 교체될 전망이다.
발표된 6명 후보자의 면면을 보면 관료와 전문가 중심이다. 내각을 재정비해 국정과제 이행에 속도를 내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국가보훈부가 각각 3명의 여성으로 채워진 점은 평가할 만하다. ‘서오남’(서울대·50대·남성) 일색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을 적극 수용한 것도 고무적이다.
그러나 아직 정권 초반인 시점에 관료그룹을 전진 배치해 국정 쇄신보다 안정에 무게를 두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윤 대통령의 국민소통·통합 의지를 보여줄 인사도 눈에 띄지 않는다. 사실 총선 출마를 위한 장관들 이탈에 따른 것이긴 하나 이번 개각은 정부와 여당이 처한 현실에 돌파구를 마련할 계기로 기대를 모았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로 민심이반이 확인된 데다 그 결과로 구성된 여당 혁신위마저 성과 없이 좌초하고 있다. 여기에 내년이면 임기 중반에 접어들 윤 정부가 마주할 대내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개각을 통해 침체된 공직 분위기를 일신하고 국정에 활력을 줄 인적 쇄신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연말까지 이뤄질 후속 개각은 부족한 쇄신의지를 보여줄 총선 전 마지막 기회다. 법무부 장관, 방통위원장 인선 등이 그 기준점이 될 것이다. 사람을 바꿈으로써 대통령 자신의 심기일전이나 국정방향 개선 의지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총선용 개각’에 그치고 인사청문회 리스크만 우려한다면 기대는 낮아질 수밖에 없다. 엑스포 유치 실패에서 확인됐듯이 정직한 보고나 직언이 가능한 인물군의 등용, 검찰 출신 중용에 따른 한계를 벗어나는 인적 쇄신이 후속 개각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