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잘 날 없는 카카오…'내부 단속' 나선 김범수·"인적 쇄신" 외치는 구성원들

입력
2023.12.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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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총괄 사과로 폭로전은 일단락 
뿔난 노조 "경영 실패 책임져야" 시위


카카오에 바람 잘 날 없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핵심 경영진이 검찰에 구속·송치된 뒤에도 경영진 비리 의혹이 연이어 나오고 폭언과 같은 내부 갈등이 사실상 생중계되고 있어서다.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일단 내부 단속에 나선 모습이지만 각종 비위 의혹을 철저히 감사하고 그 결과를 가지고 징계 및 인적 쇄신 같은 근본 처방이 없으면 내홍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걱정이 많다.


내부 단속 나선 김범수… 일단 침묵


김 위원장은 4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 사옥에서 6차 비상경영회의를 열었다. 본사·계열사의 주요 경영진 20여 명이 참석해 지난달 말 열린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 업계 간 간담회 내용을 재확인하고 경영 쇄신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앞선 회의에선 보도자료를 통해 카카오의 쇄신 의지와 방향성이 담긴 메시지를 냈으나 이날은 공개 메시지를 삼갔다. 기대를 모았던 경영진 인사에 대한 내용도 없었다. 당분간 내부 단속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의에는 최근 경기 안산시 안산 데이터센터, 서울 아레나, 제주 ESG 센터 등 건설 과정의 문제와 법인 골프회원권 남용 문제 등을 폭로했던 김정호 카카오 CA협의체 경영지원총괄도 나왔다. 김 총괄도 자신의 폭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반응이 어땠는지 묻는 기자들 질문에 "이제 외부 소통을 못 한다"며 말을 아꼈다.



집안싸움은 일단 수습했지만… 위기 산적


카카오 경영진 간 집안싸움은 수습 국면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김 총괄은 전날 자신이 회사 내부 문제를 폭로한 데 대해 사측의 징계를 요청하고 공식 사과했다. 카카오에는 회사 사정을 구성원과 모두(100%) 공유하지만 외부에는 절대(0%) 발설하지 않는다는 사내 문화가 있는데 이를 어겼다는 반성이다.

다만 김 총괄은 "움츠러들거나 위축되지 않고 계속 추진해서 발본색원하고 회사를 리뉴얼하겠다"고 했다. 앞서 홍은택 대표가 각종 건설 관련 의혹에 대해 카카오 준법경영실과 외부 법무법인을 중심으로 조사단을 꾸려 감사에 들어간다고 밝힌 만큼 김 총괄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자제하고 내부 쇄신에 집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노조 "인적 쇄신 필요, 경영 쇄신에 직원도 참여해야"


'경영진 리스크'가 계속되자 카카오 노동조합(크루 유니언)이 인적 쇄신과 더불어 의사 결정 과정에 직원들의 활동 참여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를 시작했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노조 활동을 한 지난 5년 동안 한 번도 김 위원장을 못 만났는데 이렇게 노사 간에 대화를 안 하는 곳이 있느냐"며 "경영 방식을 주도했던 현재 경영진에 대한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당분간 매주 월요일마다 손팻말 시위에 나설 방침이다.

이처럼 카카오의 내부에서 전방위적 갈등이 터져 나오는 상황을 김 위원장이 자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내부 쇄신 의지가 강한 건 맞지만 자율경영 방식에 익숙한 현재 경영진이나 직원들과 충분한 소통 없이 행해지다 보니 갈등이 생중계되는 것 같다"며 "카카오가 진짜 대기업이 되기 위한 성장통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