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하늘에도 슬픔이’ 등 연출 김수용 감독 별세

입력
2023.12.03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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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갯마을’ ‘산불’ '야행' 등도 대표작 
60~ 70년대 문예영화 대가로 꼽히기도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와 ‘갯마을’(1965) 등을 만들며 1960~70년대 문예영화의 대가로 손꼽혔던 김수용 감독이 3일 오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4세.

1929년 경기 안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안성공립농업학교를 거쳐 서울사범학교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 연극 활동을 했던 고인은 6ㆍ25전쟁 때 통역장교로 군에 입대하면서 영화와 인연을 맺게 됐다. 휴전 이후 국방부 정훈국에 배치돼 전사 편찬 작업을 하다 신설 영화과로 옮기면서부터다. 군에서 기록영화와 단편 극영화 30여 편을 만들며 영화 연출법을 습득했다.

정식 데뷔작은 ‘공처가’(1958)다. 군인 신분으로 주말 촬영을 강행하면서 영화를 완성했다. ‘삼인의 신부’(1959)와 ‘구혼 결사대’(1959)를 연출한 후 군대를 전역해 본격적으로 감독의 길을 걸었다. 초기에는 주로 코미디 영화를 연출했다. ‘구봉서의 벼락부자’(1961), ‘청춘교실’(1963), ‘내 아내가 최고야’(1963) 등을 만들었고, ‘굴비’(1963)로 주목받았다. ‘갯마을’과 ‘안개’(1967), ‘만선’(1967)을 만들며 충무로 주요 감독 중 한 명으로 부상했다.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어린 동생들을 돌보는 소년의 실화를 그린 ‘저 하늘에도 슬픔이’(1965)는 서울 국제극장에서만 28만5,000명가량을 모으며 크게 흥행했다.

‘토지’(1974)와 ‘산불’(1977) 등을 연출해 당시 충무로 조류였던 문예영화(높은 예술성을 목표로 하는 영화, 주로 문학작품을 바탕으로 만듦)의 대표주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안개’와 ‘야행’(1977), ‘화려한 외출’(1977), ‘만추’(1981)는 한국 영화계 대표적인 모더니즘 작품들로 꼽히기도 한다. 중광 스님의 기행을 그려낸 ‘중광의 허튼 소리’(1986)가 공연윤리위원회의 심의로 많은 부분이 잘려나가자 한때 감독 은퇴를 선언했다. 마지막 영화 ‘침향’(1999)까지 연출작은 123편에 이른다.

1981년부터 청주대 연극영화과 교수로 일했고, 1989년에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과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저 하늘에도 슬픔이’와 ‘사격장의 아이들’(1967)로 청룡영화상 감독상, ‘안개’외 ‘토지’로 대종상 감독상을 수상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문예영화라는 장르를 주도한 태두"라며 "신상옥·이만희 감독과 함께 한국 고전영화를 대표하는 영화인"이라고 평가했다.

장례는 영화인장으로 치러진다. 이장호·정지영 감독과 배우 안성기·장미희씨 등이 공동장례위원장이다. 유족으로는 아내 공숙영씨와 2남(석화ㆍ세화씨) 1녀(정화씨) 등이 있다. 서울대병원 발인 5일 오후 1시. (02)2072-2020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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