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30일 의원총회를 열고, 내년 국회의원 선거 제도에 대한 난상 토론을 벌였다. 당초 지역구 의석 수와 정당 득표율을 연계하는 '연동형' 방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쪽의 의견이 우세했지만, '원내 1당'을 지켜내기 위해선 20대 총선 당시의 병립형 제도로 돌아가야 한다는 현실론이 부각되면서 결과를 내는 데 실패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연동형 제도 유지를 이야기 하신 분들이 있는 반면, 절반은 권역별 비례대표 제도를 도입한다면 병립형도 낫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했다"며 "연동형 제도를 유지하더라도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날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의원총회에서는 총 28명이 나서서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는 원내 1당을 위해서라도 위성정당방지법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주장이 속속 제기됐다. '병립형 회귀는 퇴행'이라는 당 안팎의 지적에 침묵을 지키던 '현실론자'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중진 안규백 의원은 “과반 의석, 1당을 빼앗기면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느냐”며 “연동형이 선이고 병립형이 악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변했다.
강득구 의원도 힘을 더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명확히 메시지를 준 상황에서 (위성정당방지) 여야 합의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민주당이 비례 후보를 내지 않는 것도 국민 선택권을 없애는 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 경북에서 민주당 의원이 나오고, 호남에서 국민의힘 의원이 나올 수 있는 '권역별 병립형 제도'가 보다 적적하다는 주장이다. 정청래, 백혜련 의원 등도 이 같은 병립형 회귀 주장에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찮게 제기됐다. 2020년 선거에서 더불어시민당을 만든 뒤 비례대표 1~10번을 시민사회에 내줬던 것과 유사한 방식이다. 사실상 위성정당 만들기에 동참하자는 주장이다.
우원식 의원은 “비례 연합당을 만들어서, 민주당은 지역구에서 열심히 하고 비례 정당은 함께 연합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민 의원도 시뮬레이션 결과를 언급하면서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할 것을 제안했다. "시민사회와 연대한 플랫폼 정당을 구성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여전히 '위성정당은 안 된다'는 원칙론을 고수한 의원도 있었다. 김종민 의원은 “선거제도의 유불리로 결정이 나지 않는다. 민심이 선거의 승패를 결정한다”며 “민심을 얻는 길은 병립형으로 후퇴하는 것이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영표 의원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 정치의 대개혁은 선거법을 통해서 할 수 있다”고 했다.
홍 원내대표는 "약속을 파기할 경우 국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합당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가급적이면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토론이 길어지면서 '원외 지역위원장들까지 논의에 참여해 중앙위원회에서 찬반 토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용진 의원은 “여기 있는 국회의원들만이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다 중앙위원들이니 대면 중앙위를 열어서 그분들의 의견을 함께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장 앞에서는 대구경북지역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와 석패율제도, 지역구·비례대표 동시 등록제도가 필요하다’는 제안서를 배포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당은 국회가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지역구 의석수를 253석으로 통보하는 데 일단 동의하기로 했다. 당초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해서는 비례대표 수를 다소 늘려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는데, 12월 1일까지 국회 의견을 전달해야 해 우선 253석 유지안을 내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비례대표를 늘리고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것이 원칙이지만 현실적으로 여야간 합의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한 차례는 거부할 수 있어, 획정위 안을 보고 수용·거부를 다시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